기윤실은 창립 초기부터 깨끗한 교단총회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총회 임원선거의 투명성과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교단선거법개정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주요 교단의 총회가 몰려 있는 9월을 맞아 기윤실은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교단선거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본 좌담내용은 국민일보 9월 11일자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기사 내용을 소개합니다. (기사 원문보기-클릭) 기윤실의 깨끗한 총회 운동에 계속해서 관심 갖고 기도해 주시고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좌담일시 : 2014년 9월 2일(화) 오후6시 ■ 패널 : 백종국 교수(경상대, 기윤실 공동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 진행 및 정리 : 박재찬 기자(국민일보) ■ 사진 : 강민석 선임기자(국민일보)
“교단 선거법, 최소한 공직선거법 수준으로 강화해야”
국민일보-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주최 ‘교단선거·총회 운영 실태를 말한다’ 좌담회
△정성진 목사(이하 정 목사)=젊은 시절부터 세상 선거의 선거 사무장을 비롯해 참모 등을 맡아 많은 선거를 치러봤다. 누구보다 선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금권·불법 선거가 거의 차단되다시피 한 사회 선거보다 교단 선거는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계 내부에 대접받는 관행이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영적인 타락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백종국 교수(이하 백 교수)=근본적으로 공의의 하나님, 무소부재의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 아닐까.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선거 문화와 제도 두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문화적으로 볼 때는 군사독재문화의 잔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승리하면 모든 게 정당화된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교단의 선거 법·제도가 너무 부실하다.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걸맞게 보완해야 하는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Q2. 선거공영제 도입이라든가 부정선거감시 활동 같은 선거자정 노력이 교단마다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한계도 노출되는 것 같다. 이같은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성돈 교수(이하 조 교수)=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기윤실이 지난 7월 현직 목회자와 장로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단의 선거 규칙에 대해 ‘미흡하다’는 의견이 7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러이러한 사항은 불법이다’라고 정해 놓고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거나 미흡한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정 목사=(현재 교단의 자정노력에) 한계가 있다. 2년 전쯤 소속 교단의 선거감시활동을 책임진 적이 있다. ‘돈 봉투’를 받았다는 2명의 제보자가 있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기를 꺼리는 바람에 결국에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지나친 온정주의가 불법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Q3. 교단의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선거법이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법이 많고, 선거법개정 작업 또한 지지부진하다. 왜 그럴까. 또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백 교수=총회대의원(총대)들이 현재 마련돼 있는 교단 내 선거 관련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따라서 선거 관련법을 모든 총대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홍보하는 작업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교단 선거법을 최소한 공직선거법 수준으로까지 강화해야 한다. 교회 선거가 세속 선거의 수준보다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나.
△조 교수=무엇보다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후보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불분명한 탓이 크다. 특히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과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처벌 내용과 기한 등을 명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기윤실이 마련한 ‘교단선거법 개정안’을 주요 교단에서 도입하거나 준용할 만하다.
△정 목사=한국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왜 교단 선거법 개정이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현재 공직선거법으로는 금권·불법선거를 꽁꽁 묶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눈을 교회로 돌려 교단 선거법 내용을 살펴보면 그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건강한 선거 문화를 위해서는 교계에 팽배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고발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둘째 제도적으로는 ‘선거자금공영제’를 제안한다. 선거를 치르면서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을 교단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행토록 하는 것이다.
Q4. 교단 총회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자. 임원 선거와 더불어 교단의 정기총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단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백 교수=한국의 교단총회는 대표성과 회중 참여,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대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사회·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에 쏠리다보니 총회 석상에서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됐다.
△정 목사=대다수 교단의 총회장 임기가 1년이라 중·장기적인 사업을 펼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책의 연속성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총회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Q5.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교단 총회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제안해 달라.
△조 교수=총회에 다양한 총대들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보장돼야 한다. 청년과 여성, 전문가 그룹들에 발언권 등을 부여해서 이들의 의견과 제안이 총회 석상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백 교수=총회장의 역할을 ‘의장(moderator)’ 즉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요 정책 등 실무는 3∼5년 정도의 임기가 보장된 전문위원들이 연속성을 갖고 담당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목사뿐만 아니라 장로들도 총회장이 될 수 있어야 형평성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목사=축제로서의 총회와 ‘전문 회의제’를 제안한다. 현재 1000∼1500명 정도 모여 이뤄지는 회의체제에서 효율적인 회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차로 전체 총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와 성찬을 통한 모임과 교제를 나눈다. 2차로 300명 이내의 전문위원 등이 전문회의를 열어 안건 처리를 하게 해야 한다.
Q6. 총대들에 비해 평신도들은 총회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평신도들이 총회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조 교수=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한 총대들이 구성되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교회나 교계 단체 들을 통해 소식과 정보를 전해주는 언로(言路)가 될 수 있다. 남녀로 구성된 청년들과 기독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백 교수=건강한 기독시민단체와 평신도들을 육성·활용하는 방안이 쉽지 않을까. 이들 평신도 단체가 총회에 관심을 갖고 총회 안팎에서 목소리를 낼 때 자연스럽게 평신도들과 총회 간 소통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정 목사=총회를 마친 뒤 교단의 주요 결정 사항을 소속 교회에 공고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회의나 토론 문화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교단 총회에는 여전히 일부 목회자들과 중직자가 참석해 발언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런 회의·토론 문화가 평신도 층으로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Q7. 마지막으로 교단 총회 문화 혁신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는?
△백 교수=가슴 아프지만 세월호 사고의 예를 잠깐 들겠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3가지 정도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 말을 따르다 죽든지(충성), 살기 위해 제각각 탈출하든지(탈출), 아니면 선장을 바꿔 침몰을 멈추게 만들든지(개혁). 이같은 좌담회는 한국교회의 침몰을 막아보자는 ‘개혁’에 가까운 일을 다루는 만큼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 교수=그동안 교단 총회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 가운데 가스총이 등장하는 등 부끄러운 일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이 바라는 총회는 거룩한 총회, 즉 성(聖) 총회의 회복이다.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 목사=망하기 전에 정신을 차려야 일어날 수 있다. ‘총회장 안하기 선언’운동을 제안한다. 이른바 ‘무관(無冠)의 운동’이라 할 수 있겠다. 목회가 본질이고, 목회에 최선을 다하자는 고백으로 한국교회의 분위기가 쇄신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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