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뢰받는 교회/교회의 사회적 책임

윤리적소비운동과 한국교회



윤리적소비운동과 한국교회

 

윤선주 목사(디딤돌교회, 커피밀 대표)

 

독일의 대표적 신학자요, 반나치주의자였던 바르트는 종전 후, 독일교회와 독일국민들에게 1946년 『기독교인 공동체와 시민공동체』라는 저서를 통해 독일사회가 공의로운 민주시민사회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이를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시민공동체(시민사회)의 최선의 형태’를 이루기 위해 자신들의 종교적,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 교회는 모든 면에서 세상을 위한 거룩한 중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바르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회는 처음부터 세상과 무관할 수 없는 태생적 배경을 갖고 있다.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예수께서는 세상의 모든 불의와 악의 근원인 죄의 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하고, 인류평화의 길을 열어 놓으셨다. 뿐만 아니라 성서에 기록된 수많은 구원의 경험과 약속은 인류사회에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자유, 그리고 평등의 기본가치를 보증하고 있다. 이처럼 성서가 보증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구원의 가치를 세상 속에 구현하기 위해 교회가 시민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어 중보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도 합당한 것이요. 성서의 진리를 믿고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 초기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교회는 단순히 종교적 집단으로만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유대교로 상징되는 제도적, 이념적 종교의 틀을 거부하고 '삶의 신앙'으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펼쳐 나갔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은 그 시작부터 삶의 자리로부터 이탈할 수 없는 것이요. 또한 하나님 나라는 결코 개인과 교회의 영역 안으로만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교회는 마땅히 세상을 위한 중보자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윤리적(착한) 소비운동’에 교회가 적극 동참하고, 나아가 주도적 역할을 자청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구한 신학적, 교회사적 의의는 차지하고서라도 윤리적 소비운동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독교 신앙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 공동체, 약자에 대한 배려, 윤리실천, 대안적 삶, 경제 정의 등등 -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유기농 농산품들, 지구환경을 위한 재활용품과 친환경제품들, 어려운 이웃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과 제3세계 생산자들의 기본 권익을 보장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제품을 선호하는 최근의 소비트렌드를 두고서 ‘착한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 (Ethical Consumption)라 한다. 익히 알고 있듯이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가장 우선하는 것은 단연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다. 타 제품과 비교하여 보다 좋은 상품을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것은 소비활동의 기본이자 자본과 시장이 돌아가게 하는 기초 원리다. 그런데 윤리적 소비는 이러한 기존의 ‘실리적’ 소비 개념에서 개인의 신념과 의식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가치적’ 소비 개념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제품의 상품성에만 반응하지 않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나아가 지구촌 빈곤과 환경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공공의 유익을 고려한 소비, ‘나’만을 위한 소비가 아닌 ‘모두’를 위한 소비가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인 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소비는 나눔을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서 경제활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행위의 기준과 개념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시장과 경제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로서 점차 인식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윤리적 소비’가 일시적인 유행이나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고 윤리적 삶의 방식으로, 나아가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적 문화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에 윤리적 소비를 위한 새로운 시장과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데 이것은 비정부기구나 특정 단체들만의 과제로 미룰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일찍부터 교회들이 윤리적 소비운동에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기반으로 뒷받침해 오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시대적 사명과 역할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미 교회는 한국사회에 가장 기초 단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현재 동 · 면사무소를 포함해 전국의 행정기관이 4천여개인 것에 비해, 5만여개의 교회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수치상의 의미를 넘어 교회가 대한민국 시민사회(지역사회) 발전과 성숙에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성서가 진술하는 기독교의 신앙은 삶의 여러 영역에 또 하나의 영역으로서 신앙생활을 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을 이끌어 가는 토대가 신앙이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독교 신앙은 ‘삶의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신앙을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으로써, 또 교회가 사회를 위한 중보역할을 감당하는 도구로써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윤리적 소비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2010/06/01 - "윤실이와 함께 윤리적 커피 마셔요" 모임 후기
2010/05/18 - 커피를 (마시는 우리의 일상에서 공정함을) 생각한다.
2010/03/30 - 윤실이네 창의상상 투어
2009/04/17 - 지구적 교회, 지역 환경을 생각한다!

 



♡♡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OnAir 기윤실"을 구독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