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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청년이 희망이다

[청년TNA 5기]휴먼라이브러리 "우리넘어우리" 복음과 상황 기고글입니다.

 복음과 상황  2014년 7월호(통권284호)에 실린 글입니다.

"사람책을 빌려드립니다."
[무브먼트 투게더] 기윤실 청년TNA5기 휴먼라이브러리 후기
글 김효준 간사


휴먼라이브러리 <우리넘어우리>

이번 청년TNA1)5기는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진 개성 있는 9명의 청년이 모였다. 논의를 통해서 선정한 활동 주제는 ‘이웃사랑’이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돌아봐야 할 우리 이웃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편견과 선입견에 의한 차별로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하여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번 휴먼라이브러리의 제목을 ‘우리넘어우리’로 정했다. 결합과 동시에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 있는 단어인 ‘우리’를 넘어 더 큰 의미의 ‘우리’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정해진 제목이다.

※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란?
모든 사회에는 편견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편견은 차별과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0년 덴마크의 평범한 청년들이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는 2014년 현재 전 세계 약 70여 개국으로 확산된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었다. 운영방법은 어떤 주제나 이슈에 대해 편견을 깨기 위해 책을 보듯이 직접 사람을 선택해(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이야기를 하면서 편견을 깨나가는 것이다.


휴먼라이브러리 <우리넘어우리>는 지난 5월 17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다. 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직접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야외에서의 행사 진행을 놓고 날씨 걱정부터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날씨는 아주 화창했다.

오전 11시경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도착했을 땐 아직 오전이었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적지 않은 시민들이 보였다. 우리는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바로 홍보를 시작했다. 행사장소를 눈에 띄게 하려고 현수막도 높이 달고 풍선을 불어 데코도 하고 행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홍보전단지를 받는 시민들은 ‘휴먼라이브러리’라는 낯선 프로그램을 신기해하고 관심을 보였다. 프로그램의 사전 신청자가 적었기 때문에 너무 한산한 행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쉬지 않고 홍보를 해나갔다. 하지만 막상 첫 번째 대출이 시작되었을 때는 많은 시민들이 모였고, 이내 북적거리는 행사가 되었다.

사람책으로는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이크리스(22) 씨,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혼혈아 방대한(25) 씨, 대만에서 온 나옥흠(22) 씨, 난민으로 한국에 정착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장마우(43) 씨(가명)까지 총 4명이 참여했다.

흥미진진한 ‘사람책 대출’ 경험
첫 대출을 시작할 때쯤, 초등학생 형제 둘이 왔다. 각각 13세, 9세의 형제가 외국인을 만나보고 싶다고 와서 미국인 이크리스 씨와 대화 시간을 가졌다. 외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두 형제는 “어딘가 이상할 것 같다” “미국인은 모두 뚱뚱할 것이다”라며 편견이 있었지만 “이상할 것 같은 사람이 이상하지 않고 한국 사람과 비슷했다” “모두가 뚱뚱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며 참가후기를 남겼다. 실제로 이크리스 씨는 전혀 뚱뚱하지 않다. 그 외에도 사람들은 이크리스 씨가 공부를 잘 하지 않고 놀기 좋아할 것 같다고 보았다. 영화나 미국드라마에서 보이는 자유분방한 모습만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이크리스 씨는 미국 사람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미국인들은 노인들을 공경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문화의 차이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과 생각은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그는 말했다.
 
장마우 씨는 한국에서 20년이나 지냈기 때문에 거의 한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소수민족으로 태어나 차별을 많이 받았고 난민으로 한국에 정착했지만, 한국에 와서도 여전히 많은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본인도 차별을 느끼면서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 모두 경제적인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른 생각으로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방대한 씨는 한국이 참 좋은 나라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국민들 ‘의식’은 개방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동남아에서 온 친구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차별과 무시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돌려서 말하는 ‘완곡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비판을 하거나, 일하던 곳의 사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한국에서는 전혀 이해해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대만에서 온 나옥흠 씨는 중국과 대만이 다른 나라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대만이나 홍콩 사람 등을 다 중국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대만이 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사용하는 한자부터 시작해 문화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사람책과 만남 후에 후기 설문도 받고, 잠깐잠깐 대화도 나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에 외국인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아마 그래서 이번 휴먼라이브러리에도 참여한 듯하다. 사실 이번 휴먼라이브러리를 주최한 청년TNA 5기들도 외국인들을 만나본 적이 별로 없어 사람책들이 왔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던 것도 사실이다. 크고 거창한 행사들도 좋겠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의 대출이 모두 끝나고 사람책으로 참가한 외국인들의 소감을 듣기 위해서 TNA청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4명의 사람책 모두 입을 모아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더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특별히 낯선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걱정되고 무서웠는데, 너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편견을 깨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친절하다”고 했던 소감은 다행이면서 슬픈 이야기로 들렸다.

우리 안의 편견을 넘어
행사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 전원에게 받은 설문지를 정리해보았다. 놀랍게도 참가자 22명 중 7명만이 자신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응답하였고 15명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라고 응답했다. 편견에 대한 한국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3퍼센트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편견이 없었다고 응답한 15명 중 6명은 <우리넘어우리>를 통해 외국인을 만나본 후에 생각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편견보다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외국인과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국적에 상관없이 문화에 상관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일상의 흔한 편견과 선입견들을 그 실체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변 이웃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과정보다 우리 안의 편견을 발견해가는 시간이 먼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그러니까 우리 넘어 우리가 주변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우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복음과 상황 : http://www.goscon.co.kr/
기사원문 : http://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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