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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기윤실 가족들에게 드리는 인사


2006. 11. 7

  안녕하세요.  새롭게 기윤실 사무총장으로 섬기게 된 양세진 인사드립니다.
  10월부터 사무처에서 섬기고 있습니다만, 당장 급한 일들을 먼저 처리하느라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깊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먼저 부족한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어려운 일을 허락 하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립니다. 정말 저는 하나님과 교회 앞에 그리고 세상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지난 19년 동안 소중하게 만들어 온 기윤실의 역사와 가치 중 전승해야할 유산에 대해서는 기꺼이 수용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소리 앞에 겸손히 귀를 기울이며 섬김으로서 들음의 자세로 기존의 걸음과 단절하고 새롭게 써 나가야할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주저하지 않으려 합니다.

  현재 매주 마다 기윤실의 이사장, 공동대표분들이 시간을 내어 기윤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계시며, 사무처의 간사들도 죽기 살기의 각오와 혁신된 마음으로 일들을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2007년 2월 기윤실 재창립 총회때까지 조금만 인내 하시면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윤실이 기독교 시민단체로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날마다 내야할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을 먼저 충분히 돌아보고 성찰하고 겸비한 다음에 나가려 합니다. 조급하게 서두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기윤실을 위해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시는 기윤실 회원님들과 동역 교회 목회자님, 그리고 기윤실과 함께 협력하고 네트워크한 동역 단체에 기윤실의 새로운 미래와 비전에 대해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우선 첫 만남이기에 몇 가지 기윤실 사무처를 섬기면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자 합니다.


1. 1999년 기윤실 간사 일을 그만두고 참여연대로 옮길 때만 하더라도 저의 관심은 기독교라는 간판이 더욱 폭넓고 대중적인 시민운동을 하는 데에는 장애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고 또 시민운동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답답한 운동의 현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진정 이 시대 가운데 신뢰받는 시민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토마스 프리드만(2006)은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을 통해 지구는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전, 냉전의 종식 등 다양한 가치의 변화를 통해 이제는 계층과 계급을 초월해서 평평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지구는 여전히 둥근 존재였습니다. 기독교를 벗어 버리는 것이 더욱 폭넓고 대중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다시 기윤실로 돌아오게 된 저 자신을 보면서 하나님은 지구를 둥글게 창조하셨고, 어디로 걸어가든지 결국은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하나님을 떠나 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운동의 핵심 가치 측면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왜 아직도 기독교 시민운동인가, 기독교 시민운동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기윤실 운동은 시효가 종료된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기윤실 운동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운동으로 이 시대의 대안을 창조하고 가치를 새롭게 함으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분명하게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우선적으로 기독교 운동으로서 기윤실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명확히 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일반 대중운동으로 전향 내지는 방향을 바꾸거나 새롭게 개척해야 하지 않느냐를 고민하고 계시고 있습니다만, 하늘을 나는 새가 공기의 저항이 부담스럽다고 공기가 없는 곳에서 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 기윤실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의 후원과 기독교인들의 애정과 사랑으로 기윤실은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기윤실이 무언가 새롭게 만들어 갈 역사의 내용이 있다면 그것 또한 철저하게 기독교적인 네트워크 내에서 기독교적인 가치를 담아내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 사회단체와의 연대나 일반 대중운동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해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하면, 기윤실 운동의 기본 방향은 기독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 정직, 절제, 검소, 나눔의 가치가 지배되도록 섬기며,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도우며, 나아가 기독교 공동체가 세상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섬기고 견인하는 일들에 기본적인 방향을 맞추고자 합니다.
   따라서 기윤실은 기본적으로 “민주 시민으로서의 거룩한 성도, 거룩한 성도로서의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기초와 토대 위에서 운동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3.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리되는 대로 늦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큰 틀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때그때 제기되는 이슈를 좇아가는 운동이 아니라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치를 창조하고 미래 가치를 지배하는 운동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그 중심은 정식과 투명성으로 기초되는 ‘신뢰창조운동’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리고 지구사회는 신뢰받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영향력과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신뢰받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고 역량이 탁월하다 할지라도 의미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감히 ‘신뢰(Trust)'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따라서 기윤실의 운동 방향은 이념적 늪을 벗어나고 분파와 이해관계의 갈등에 매몰되지 않는 초월과 통합, 조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립 속에서 갈등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Divided-Ideology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분리되고 분할된 이념적 갈등 속에서 생산적이고 가치창조적인 운동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향후 기윤실 운동은 Trans-Ideology 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함께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이해와 이념, 가치를 통합하고 조화를 추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5. 10여 년 전 한국의 S기업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수사학적 구호를 통해 혁신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한국 최고의 그리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기윤실의 역사적 현장에서  ‘기독교라는 정체성만 빼고 다 혁신하라’는 각오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운동의 방향, 운동의 내용 등 모든 부분에 걸쳐서 백지상태(타블라 라사)로 여기고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식과 철학으로 혁신해 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헌신해 오셨던 회원, 동역 교회 목회자 및 기윤실과 함께 협력과 네트워크를 해오셨던 소중하고 귀한 분들의 열정과 애정, 후원을 지속적으로 부탁드립니다.

새롭게 쓰여지는 재 창립되는 기윤실의 역사 앞에서 저는 신명기 6장의 말씀처럼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는 마음”(신 6:4-6)
으로 그렇게 기윤실 운동을 섬겨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