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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

올 가을, 우리 학교에 '정직'은 오는가!


2006. 8. 18

올 가을, 우리 학교에 ‘정직’(正直)은 오는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숭실대 이주희(기연 문화분과장) 자매를 만났다. 이번 학기 벌써 3번째 갖는 만남이다. 중간고사 전 ‘컨닝추방’ 캠페인 때보다는 동력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숭실대 기연으로서는 벌써 1년 이상 캠페인을 진행해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번에 키위주스가 맛있었나?’ 이번에는 토마토주스를 선택했다. 매번 학생회관 2층 유기농 과일주스 코너에 앉아 캠페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캠페인을 전개 할지,  등을 의논하곤 했다. “2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명예운동으로 전환하자. 학기가 시작되면 총신대와 공동으로 명예제도 세미나를 여는 거야, ‘숭실인 명예선언문’을 만들어 서명도 받고…….” 동기부여가 되어있고 의지가 있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일감만 던져준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도 역시 고마웠다.

이번 학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학교라는 현장에서 대학생 스스로, 청소년 스스로가 학업 정직성을 회복하고 문화로서 정직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측면의 지원활동을 전개했다. 대학생 단위의 활동은 작년 100개 대학이 참여했던 컨닝추방 운동을 확대하여 올해부터는 명예제도 도입운동(이하, ‘명예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슈와 중첩되면서 통일된 대오를 갖추지 못한 결과 명예운동이 본격화 되지는 못하고, 캠퍼스 활동은 여전히 ‘컨닝추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활발한 활동이 있었던 캠퍼스는 경상대, 숭실대, 아주대, 인천대, 인하대 등이었다. 숭실대의 경우, 중간고사 기간 동안 대자보와 대형 설문지를 설치해 컨닝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을 조사하고,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한 엽서와 사탕, 핸드폰 액정 클리너를 나누어 주며 서명을 받았다. 3일간 ‘컨닝하지 않겠다.’고 서명한 학생은 총 1천 2백여 명으로, 숭실대 재학생의 10%가 넘는 숫자였다.

기윤실 교사모임이 주관하는 청소년 단위의 활동은 보다 진보된 학원복음화운동, 봉사와 나눔, 실천이 있는 청소년운동을 위해 ‘사랑나눔반’(청소년 학내 동아리)을 구성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학기에만, 20개 학교 21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집되었고 여름에는 이들만의 ‘비전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사랑나눔반’ 활동의 중심 주제는 ‘정직’이다. 이를 위해 지도교사들이 별도의 스터디를 진행하고 청소년 정직성 테스트도 개발하였다. 요즘 ‘사랑나눔반’ 학생들은 학기말 수행평가를 앞두고 ‘과제물 베껴 쓰지 않기’ 캠페인 준비에 한창이다. 교사모임의 서헌희 교사(누원고, 국어)의 경험으로는 매번 학급 35명 중에 5명 정도는 베껴 써서 제출한 것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라고 한다.  

2학기에도 ‘사랑나눔반’은 ‘과제물 베껴 쓰지 않기’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캠페인을 위해 기윤실은 청소년들 활동에 필요한 현수막, 포스터는 물론 참여 학생들에게 나눠줄 이름표를 제작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특별히, 방학 내내 청소년 전문가들과 함께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학기부터는 ‘사랑나눔반’ 정기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연에 들어간다. 교사모임과 함께 ‘청소년 정직 성경공부’ 교재의 개발도 논의 중에 있다. 기윤실은 당분간 청소년 정직운동을 캠페인과 병행한 교육운동으로 전개하면서, 교육 이수 학생들의 ‘정직실천 약속하기’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00중학교 사랑나눔반, 정직실천 약속!’ 이런 기사를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학기부터 대학생 정직운동은 ‘학생 명예선언’과 ‘명예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학 중에 SFC 사회변혁국, IVF 사회부, 새벽이슬 등의 주관단체들과 전국적인 캠퍼스 조직과 운동단위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학기시작과 동시에 대학생 명예선언운동 출범식을 갖기위해 준비 중이다. 명예선언운동은 컨닝(시험부정행위)과 대리출석(수업부정행위) 모두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대학인이자 지성인으로서 요구되는 책임과 윤리를 담아 5개 내외의 조항을 만들어 개개인이 이에 서명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학업정직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서 '명예규정'(honor code)과 ‘명예위원회’(honor council)로 구성된 '명예제도'(honor system) 도입운동도 본격화 된다. 학교 구성원간의 합의와 서명에 의거하여 학업부정행위에 대한 정의, 유형, 문제점, 적발 시 처벌절차와 내용 등이 명시된 ‘명예규정’을 작성하고 이를 관장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 모두가 참여하는 ‘명예위원회’를 구성하는데, '명예위원회'는 상설기구로서 학업부정행위에 대한 예방과 교육, 홍보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기윤실은 ‘명예제도’의 도입을 위해 일반대학 뿐만 아니라 미션스쿨이나 공대, 여대 등에도 특성을 고려한 캠페인 계획을 수립하고, 가능성 있는 소수 대학을 선정하여 ‘명예제도’ 도입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캠퍼스별 명예운동본부는 학교당국과 운동의 명분을 공유하면서 ‘명예위원회’를 학칙에 명시하도록 하고, 각 학교 총학생회장 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명예제도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정책운동을 전개한다.

올 가을, 우리의 학교와 캠퍼스에 정직의 바람은 불어올까? 캠페인에 참여했던 한 형제는 “무한 경쟁과 개인주의, 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에 좋은 학점과 영어 성적 등을 최고의 자산으로 여기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오늘날 대학생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할 때, 새로운 가치와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욕구들, 그런 움직임들을 담아낼 운동의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년과 대학생의 정직운동은 시작되었고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정직운동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운동’이 스스로 변모하면서 갖게 될 양상이 기대가 된다. 세계화의 내용과 질을 담보해낼 ‘윤리성’을, 다음세대인 이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그 표현양식은 무엇이고 조직의 성격은 무엇일까? 윤리운동의 지원군인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기윤실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라면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 중요할 것 같다.  


이 글은 정직한 시민 7,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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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웅(정책사업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