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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교회/창의 여성

[국민일보] 세상을 바꾸는 크리스천 여성 -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국민일보에서 올해, 곳곳에서 섬기는 리더십으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크리스천 여성 시리즈를 격주로 시작하였고 기윤실 창의여성리더십 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은혜 교수께서 리더십 분석을 해주셨습니다.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의 역할모델을 함께 읽어가며 또 다른 섬김의 자리에 서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는 국민일보의 허락을 받아 올립니다)


변화 주춧돌 차곡차곡 쌓는 '여종'

이광자 서울여대(66) 총장은 국내 몇 명 안 되는 여성 총장 중 한 명이다. 2001년부터 기독교 사학인 서울여대에서 인성과 전문성을 갖춘 바른 여성 리더 교육에 매진해왔다.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해 27일 취임식을 갖는다. 지난 18일 서울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매일 아침 '주님의 여종'에게 지혜와 건강과 담대함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지난 8년 간 총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100% 신앙 덕분이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이 총장은 이 대학 1회 졸업생 출신이다. 그만큼 그에게 서울여대는 각별하다. 그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로 여성이 깨어나야 이 나라가 산다"며 "이 혼란한 시대에 내실 있는 참교육이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기독교 대학이고 결국 그 답은 하나님으로부터 찾을 수밖에 없다"며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서울여대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대학으로 급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총장직에 도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다른 건 욕심이 없는데 서울여대 발전에 대해서는 욕심이 많이 생긴다"면서 "개교 50주년이 되는 2011년을 맞아 이벤트도 해야 하고, 기독교 정체성도 보다 확고히 한 뒤 다음 총장에게 넘겨줘야겠다는 막연한 사명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매일 아침 채플 시간이 있었고 해마다 인성교육을 받았다. 그는 "예배를 드릴 때마다 불평하던 비기독교인 친구들이 지금은 교회 권사, 장로가 됐다"며 "학교에서의 교육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학생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기독교 정체성 교육도 약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여대는 합숙하면서 여러 가지 인성 교육을 받는 바롬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는 "1학년 때 3주, 3학년 때 2주씩 바롬교육을 실시한다"며 "인성 교육, 공동체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독교 가치관을 접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입학 당시 학생들의 기독교인 비율은 25% 정도지만 졸업할 때는 40%로 느는데 최근 들어 그 비율이 55%까지 증가하고 있다.

기독교 사학의 총장인 그만큼 크리스천 여성 리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없을 터. 그가 꿈꾸는 크리스천 여성 리더의 상을 물었다. 그는 "너무 진부한 말이 됐지만 섬기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권위나 카리스마 대신 봉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되 무엇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의 리더십을 생각해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높고도 깊은 사랑"이라며 "나 역시 더 낮아지고 하나님과 내 양심 안에서 하나하나 진실하게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총장직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이끌어가는 자리인 만큼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여성 총장이 장수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일. 그 비결이 뭘까. 그는 "하나님이 안 계셨으면 못했다"면서 "100% 신앙의 힘"이라고 답했다. 그는 "총장을 하면서 오히려 믿음이 많이 자랐다"면서 "1주일에도 몇 번씩 예측 불허한 일이 일어나는데 하나님을 붙잡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니 어떡하겠느냐"고 말했다. 아침마다 '하나님, 저는 서울여대 총장이 아닙니다. 주님이 총장입니다. 저는 주님의 여종으로서 심부름꾼에 불과하지만 심부름을 잘하도록 지혜와 건강과 담대함을 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인간의 머리로 되겠구나 생각한 일은 열이면 열, 다 실패했지만 나를 내려놓은 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한 일들은 모두 이뤄졌다"고 했다.

그가 처음부터 이토록 뜨거운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가 감리교 목사인 4대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습관처럼 교회를 다녔고, 종종 예배에 빠지기도 했다. 유교 집안으로 시집간 것이 오히려 계기가 됐다.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갈등을 많이 겪었고 맘고생이 심했다. 결혼한 지 3년쯤 됐을 때 교회 부흥회에서 "당신은 그 집에 전도를 하러 간 사람이니 불만 갖지 말고 사명감을 갖고 기도하며 전도하라"는 목회자의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절실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녀들도 하나님을 영접해 온 가족이 함께 주일 예배에 참석한다.

그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2011년 서울여대 제2의 창학을 위한 7대 전략, 40대 과제를 마련했다. 기독교적 인성 교육 강화와 다기능 캠퍼스 구축 등인데 이를 통해 무엇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그는 "저는 없어져도 좋으니 서울여대만 하나님이 크게 기뻐하시는 대학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성경의 에스더처럼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안 될 게 뭐가 있겠느냐"며 "하나님이 섭리하시고 역사하시면 40대 과제도 모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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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이광자


 자기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 
 신앙의 힘으로 세 번째 임기


 21세기 우리 사회가 변하면서 사회적으로나, 또 크고 작은 조직에서 주목받는 리더십이 변하고 있다. 리더가 수직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대화하고 몸소 실천하는, 민주적이고 실천적인 리더십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복판에 '섬김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섬김의 리더십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이다. '섬김'은 더 이상 기독교의 배타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섬기기보다는 섬김을 받으려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이 낮아지고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높은 위치에서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섬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독교적인 섬김은 세상의 것과 다르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빌 2:5∼7)' 예수의 삶 때문이다. 섬김의 대상을 사랑하되 자신만큼 사랑하며, 작은 자를 섬기되 예수께 하듯 하겠다는 마음을 품지 않으면 기독교적 섬김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광자 총장의 섬김의 리더십은 신앙의 힘이며 기도의 결과이다. 어떻게 기도하지 않고 이러한 섬김이 가능하겠는가. 그는 뿌리 깊은 영성으로 세 번의 임기를 맞이하며 한결같은 모습과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섬김의 진정성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그는 기도의 힘으로 섬기는 자의 모습을 지켜온 것이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를 살게 하는 그의 겸손이 어려운 대학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늘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한 원천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섬김을 말할 수는 있어도 철저한 자기 비움 없이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여성 리더십이란 결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갈등과 다툼보다는 화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포용과 나눔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덕목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는 부드러운 수평적 리더십으로 대학 사회를 보살펴왔고, 영광의 빛을 좇기보다 섬김의 자세로 꼭 있어야 할 자리를 조용히 지켜 왔다. 철저히 낮은 자세로 섬기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한 그의 모습은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적인 여성 리더십을 보여준다.

김은혜 <기윤실 창의여성리더십위원회 위원장·숭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