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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세월호 참사를 기억합니다

[특집_세월호 참사 앞에 선 기독교윤리] '돈맛'에 빠진 한국교회, 교묘한 맘몬숭배에서 벗어나라(박득훈 목사)

[특집_세월호 참사 앞에 선 기독교윤리] '돈맛'에 빠진 한국교회, 교묘한 맘몬숭배에서 벗어나라(박득훈 목사)

‘돈맛’에 빠진 한국교회, 교묘한 맘몬숭배에서 벗어나라

어느 학자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이제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대한민국이 침몰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보낸 지난 한 달 여간의 시간동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함께 울며 슬퍼하고, 촛불을 밝히며 칠흑같은 어둠의 시대를 작은 힘으로 분투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비용과 효율이 앞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는 생명을 담보로 더 많은 이익에 눈먼 우리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구하면서 맘모니즘에 터한 경쟁체제의 큰 흐름에 휩쓸려가기 일쑤입니다. 이에 한국교회 내의 맘모니즘을 되짚고, 해방되기 위한 방안을 박득훈 목사(새맘교회)의 「돈에서 해방된 교회」(포이에마)를 통해 살펴봅니다





Q1.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A1.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정신에 대해 “인간은 돈을 벌고 취득하는 일에 지배당한다. 이는 그의 삶이 궁극적 목적이다. 경제적 취득은 더 이상 인간의 물질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정신이 주도하기 전에 사람들은 경제적 취득 자체를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선’이었다. 경제적 취득 활동은 그 공동선을 실현해나가는 삶을 살아가고자 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물질적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자본주의 정신은 수단을 목적으로 뒤집었다. 즉, 돈을 버는 경제적 활동 자체가 이제는 더 이상 수단이 아니라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격상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을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만드는 덕목으로 간주하게 됐다.

 

Q2. 맘몬숭배의 필연적 열매는 무엇인가?

A2.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돈과 부의 신인 ‘맘몬’이다. 돈만 있으면 인간의 궁극적 성취와 충족이 간편하게 이루어진다고 믿고 사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맘몬 숭배의 기초 위에 세워진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경쟁절대주의와 사회적 양극화라는 두 가지 심각한 병폐를 낳는다.

먼저 ‘경쟁절대주의’와 관련 사람들이 돈을 고루고루 갖고 있으면 돈에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돈은 집중되어야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맘몬은 경쟁을 절대화한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승자에게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야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가지려고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러는 한 맘몬은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결국 경쟁절대주의는 관계적 존재,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성이라는 인간 본성의 다른 측면을 파괴한다.

다음으로 각자가 자기 부의 축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경쟁하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사회적 양극화는 사회의 공동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들은 소위 ‘낙수이론’을 내세워 그러한 비판을 피해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수효과라는 가설은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으며, 경제적 지배권력의 선의와 지배적인 경제체제의 신성화 작업에 대해 막연하고 순진한 신뢰를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Q3. 자본주의가 교회에 어떻게 잠입했는가?

A3. 4년 전의 이야기지만 서울 강남의 모 교회가 2,100억 원을 들여 새 예배당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체적으로 한국 대형교회에 우호적인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조차 초대형 교회건축 이면에 교회의 세속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을 상실하고 다른 개인과 기업처럼 자기 자유의 극대화, 즉 ‘대형, 부자’됨을 추구하는 한 교회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는 교회가 자본주의 사회의 큰 흐름에 확실하게 편승한 결과이다.

사실 한국 교회 안으로 자본주의가 깊숙이 들어오게 된 역사적 맥락은 세 가지다. 첫째, 일제의 억압, 그리고 분단시대에 확산되어온 냉전적 사고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남한 개신교회의 반공주의, 친미주의, 그리고 친자본주의적 태도는 결정적으로 공고화되기에 이른다. 둘째, 기독교인의 중산층화와 교회의 사회적 신분상승이다. 군부개발독재 시절 가난과 안보 불안에 시달리던 이들은 위로와 소망을 찾기 위해 교회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교회는 이들의 정신적,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설교와 가르침으로 부응했다. 세상에서의 경제적 성공과 번영을 약속하는 기복신앙으로 희망을 심어주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곧 반공, 친미, 친자본으로 규정될 수 있는 기존 체제의 혜택을 입은 세력으로서, 교회 안에서도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류가 됐다. 셋째,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잠정적 승리다. 동유럽과 구소련이 몰락한 이후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신자유주의는 마치 역사적 진화의 최
종단계인 것처럼 간주되고 찬양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자본주의 정치, 경제구조 안에서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에 몰두하게 됐다. 자연히 기존의 자본주의적 정치, 경제구조와 제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그야말로 소수의 관심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Q4. 교회는 돈을 우상으로 만들어가는 맘몬의 굴레에서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가?

A4. 교회가 자본주의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그 강력한 배후세력인 맘몬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세속적인 인간으로 남아 있거나 적당히 종교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맘몬을 이길 재간이 없다. 구원 없이 맘몬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구원만으로 맘몬과의 싸움이 깔끔하게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 문제를 믿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문제를 개인윤리의 차원뿐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교회가 예언자적 정치참여를 금하지 않는다. 통합적 세계관을 갖고,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 복음을 제시하며 경제 문제를 믿음의 문제로 보고 사회의 잘못된 구조와 제도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Q5. 그리스도인들이 경제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경제적 실천이 있다면?

A5. 성경은 자본주의 사회를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 아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상세한 실천지침을 구체적으로 찾으려는 것은 헛된 일일뿐 아니라 옳은 일도 아니다. 성경에서 가장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는 큰 틀에서의 핵심적 가치는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라”(암 5:24)는 말씀이다.

‘공의’(미쉬파트)는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다. ‘정의’(체다카)는 바른 관계의 삶을 가리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의와 공의는 한 쌍으로 등장한다.

그리스도인은 삶 속에서 갖게 되는 모든 사회적 관계를 공평, 너그러움, 형평에 따라 맺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해 양자 간의 평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따라서 어떤 사람도 인종, 빈부나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차별대우해서는 안된다.

청지기로서 정체성을 잘 유지하려면 경제활동의 목적을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자아성취를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둘째, 이웃을 섬기는 마음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데 친밀한 신앙공동체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경대로 살아가려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신앙공동체는 그렇게 용감하게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쉼터이며, 안식처, 때로는 생활터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나눔 정신을 반영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가기 원한다면 교회가 먼저 모델을 만들어 보여주어야 하는데, 친밀한 신앙공동체가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나눔의 삶이 사회봉사라면 보다 정의로운 대안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일은 사회운동이다. 사회제도와 구조의 변화를 도모하는 정치적인 운동이다.


▲ 이 글은 「돈에서 해방된 교회」 북콘서트 내용을 인터넷언론 “데오스앤로고스”가 정리한 기사를 허락을 받아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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