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주세요
정인애
엄마, 노란색 이불이 기억나요
온 식구 이불 덮고 둘러 앉아
고구마 먹던 그 겨울이요
엄마가 지어주신 따듯한 밥이 기억나요
끓여주신 미역국에 맛있게 아침밥을 먹던
내 생일이요
아빠, 굳은살 박인 까칠한 손으로 용돈 쥐어주시며
잘 다녀와라 눈빛으로 웃어주시던
그 아침이 기억이 나요
아빠는 온전히 가족을 위해 사시는
하늘같은 아버지였음을 깨달은 그때가 기억이 나요
여름이 다가오지만 저는 몹시도 추워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의
따스하다 못해 덥고 덥다 못해 뜨거운 사랑만 기억나요
스스로 고유한 친구들
영은이, 지수, 유진, 경민이, 기준이
부모의 낙이고 희망이던
현민이, 가현이, 수진, 민지
누구보다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살고 싶던
차웅이, 영빈이, 혜영이, 그리고 저는
어른들을 기다리며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요...
엄마
혹시 이 비극이 자신들 탓이라 참회하는 예수쟁이 몇 있다면
저들을 용서하세요
입으로는 예수의 길을 외치며 행위로는 배신자의 삶을 살았다고
평행수는 비우고 적재함 늘리는 일에 동조했다고
사람은 버리고 욕심만 챙기는 일을 거들었다고
용기 대신 비겁을, 촛불 대신 비웃음으로 가만히 있었다고
비로소 회개하는 예수쟁이 몇몇 있다면
엄마, 저들의 죄를 용서하세요
엄마
착한 내 친구들
살려내지 못해 아파하는 노란 리본 단 마음들 받아주세요
자식의 영정을 들게 해 어떡하냐고 우는 국민들 눈물 받아주세요
우리의 잘못이라고 가슴 치는 모두의 마음 받아주세요
대통령이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치가일 뿐이잖아요
자식이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데
맨발로 달려 나오지도 않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어떻게든 살려내려 하지도 않고
그리도 많은 자식이 죽었는데
목 놓아 울지 않는다고 욕하지 마세요
찢을 가슴도 없고 부모의 심장도 없는 걸 어떡하나요
엄마
그런데 묻고 싶어요
높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쓰려고 힘을 획득한 것입니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입니까.
국민을 위해 일할 그릇이 안 되는 이들이
국민의 운명을 짊어지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게 되었습니까
한 번도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데
어른들은 왜 자꾸 저들에게 힘을 줍니까
왜 자꾸 저들에게 속아줍니까
엄마
이제부터는 인간다운, 진심을 가진,
부모의 심장을 지닌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아무한테나 함부로 나랏일을 맡기지 말아주세요
엄마아빠가 먼저, 선생님, 아저씨 약속해주세요
부탁할게요
부디 우리의 죽음이
진실의 밀알로 정의의 함성으로
이 나라의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게 해주세요
잠자던 국민들이 바람보다 먼저 천둥보다 먼저 소리치게 해주세요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 살아주세요 엄마가 살면 우리도 살아요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 본 추모시는 지난 5월15일(목) 개최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에서 발표된 추모시입니다. 기윤실은 이 촛불기도회에 참여단체로 함께 했습니다.
▲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 순서지 보기
2014/06/09 - [성명서] 세월호 사태를 참회하며 모인 우리의 소리
2014/06/09 - [함께 드리는 기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
정인애
엄마, 노란색 이불이 기억나요
온 식구 이불 덮고 둘러 앉아
고구마 먹던 그 겨울이요
엄마가 지어주신 따듯한 밥이 기억나요
끓여주신 미역국에 맛있게 아침밥을 먹던
내 생일이요
아빠, 굳은살 박인 까칠한 손으로 용돈 쥐어주시며
잘 다녀와라 눈빛으로 웃어주시던
그 아침이 기억이 나요
아빠는 온전히 가족을 위해 사시는
하늘같은 아버지였음을 깨달은 그때가 기억이 나요
여름이 다가오지만 저는 몹시도 추워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의
따스하다 못해 덥고 덥다 못해 뜨거운 사랑만 기억나요
스스로 고유한 친구들
영은이, 지수, 유진, 경민이, 기준이
부모의 낙이고 희망이던
현민이, 가현이, 수진, 민지
누구보다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살고 싶던
차웅이, 영빈이, 혜영이, 그리고 저는
어른들을 기다리며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요...
엄마
혹시 이 비극이 자신들 탓이라 참회하는 예수쟁이 몇 있다면
저들을 용서하세요
입으로는 예수의 길을 외치며 행위로는 배신자의 삶을 살았다고
평행수는 비우고 적재함 늘리는 일에 동조했다고
사람은 버리고 욕심만 챙기는 일을 거들었다고
용기 대신 비겁을, 촛불 대신 비웃음으로 가만히 있었다고
비로소 회개하는 예수쟁이 몇몇 있다면
엄마, 저들의 죄를 용서하세요
엄마
착한 내 친구들
살려내지 못해 아파하는 노란 리본 단 마음들 받아주세요
자식의 영정을 들게 해 어떡하냐고 우는 국민들 눈물 받아주세요
우리의 잘못이라고 가슴 치는 모두의 마음 받아주세요
대통령이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치가일 뿐이잖아요
자식이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데
맨발로 달려 나오지도 않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어떻게든 살려내려 하지도 않고
그리도 많은 자식이 죽었는데
목 놓아 울지 않는다고 욕하지 마세요
찢을 가슴도 없고 부모의 심장도 없는 걸 어떡하나요
엄마
그런데 묻고 싶어요
높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쓰려고 힘을 획득한 것입니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것입니까.
국민을 위해 일할 그릇이 안 되는 이들이
국민의 운명을 짊어지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게 되었습니까
한 번도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데
어른들은 왜 자꾸 저들에게 힘을 줍니까
왜 자꾸 저들에게 속아줍니까
엄마
이제부터는 인간다운, 진심을 가진,
부모의 심장을 지닌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아무한테나 함부로 나랏일을 맡기지 말아주세요
엄마아빠가 먼저, 선생님, 아저씨 약속해주세요
부탁할게요
부디 우리의 죽음이
진실의 밀알로 정의의 함성으로
이 나라의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게 해주세요
잠자던 국민들이 바람보다 먼저 천둥보다 먼저 소리치게 해주세요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 살아주세요 엄마가 살면 우리도 살아요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 본 추모시는 지난 5월15일(목) 개최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에서 발표된 추모시입니다. 기윤실은 이 촛불기도회에 참여단체로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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