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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다시 찾은 강정마을

기윤실 간사들은 12월 27일(목) 지난 여름에 평화순례를 통해 방문했던 강정마을을 찾았습니다. 거의 반년만에 가보았는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났고, 뭔가 모르게 조용한 마을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 문명

제일 먼저 강정포구에 가보았습니다. 큰 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마이크로 지시하는 소리가 오고가는 등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찰들이 많이 없었는데 나올 때 보니 다시 많이들 계시더군요.



마을 사거리에 있는 평화센터에서 강정생명평화교회 목사님을 만나 함께 기지사업단 정문에 갔습니다. 어떤 분이 목사님께 선물이 왔다고 하더군요. 맙소사! 알고보니 그 선물은 경찰이 보낸 소환장이었습니다. 정문은 현재 거의 활동가 분들이 막고 있고 주민 분들은 아주 간간이 나오신다고 들었습니다.


 


# 자연

강정포구에는 공사장 옆에 아직 구럼비 바위가 남아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바위 곳곳에는 용천수가 솟아 있더군요. 저 물을 할망물이라고 부르는데 강정주민들에게는 식수는 물론이요, 성스럽게 여겨져 제사를 지낼 때도 쓰인다고 합니다.


 

냇길이소에도 가보았습니다. 강정천의 발원지가 되고 원앙들이 모여 노는 곳입니다. 처음 가보았는데 천하의 비경이 따로 없습니다. 연신 "대박이다!"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물 색깔이 예쁘게 푸른 것이 마치 거대한 블루 레몬에이드 같아 보였습니다. ^^;



제주도는 남쪽 섬 답게 12월인데도 비교적 따뜻했고 곳곳에 꽃도 피어 있어 전혀 겨울 같지 않았습니다. 냇길이소에서 다시 큰 길로 나오는 길에 노란색 꽃들이 소박하게 피어있는 것이 아름다워 찍어 보았습니다.
 



# 문명과 자연...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모습과 그 뒤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자연을 보며 영화 <아바타>가 생각났습니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자연이 일어나겠지" 싶더라고요. 정녕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모습은 언제나 몸소 만날 수 있을까요?

목사님께 들었는데 오전 11시 천주교 미사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오후 3시에 드리던 개신교 예배는 대통령 선거 이후 여러 사정상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오후 7시 촛불문화제에 오시는 분들도 그리 많지 않고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사중단을 요청하는 것도 현재는 거의 활동가 분들이 주를 이루고 계시고 마을 분들은 간혹 나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5년 간의 투쟁과 갈등이 마을 분들을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정상 추진을 주장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강정마을은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지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 * *

강정마을을 떠나면서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 기념비에 적힌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인간은 이리도 슬픈데 주님, 바다는 너무도 푸르옵니다." 강정마을에 정의와 평화가 임하도록 계속 기도하고 동참해주세요.



* 관련글 보기
2012/08/07 - 예수님처럼 '바보'로 살꺼야 : 제주평화순례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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