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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예수님처럼 '바보'로 살꺼야 : 제주평화순례 소감문

7월 23일(월)부터 27일(금)까지 약 70여명의 기독청년들이 제주평화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 강정마을에서 가서 예배를 드리고 농활과 평화문화제도 했습니다. 기윤실 청년TNA(Talk and Action)도 함께 했는데요. 임준홍 씨의 소감문을 올립니다. 역시,진정성 있는 글이 가장 좋은 글입니다. 예수를 사랑하는, 한 바보 청년의 이야기를 한번 읽어보시죠. ^^


바보


제 주변에는 바보가 많습니다.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일들을 하는 그런 바보 말입니다. 그런데 큰일 입니다. 바보들과 함께 있으니 저도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제주평화순례는 바보들과 함께 한 순례길 이었습니다. 

제주평화순례를 가기 전 사실 제게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깨닫는 것이 많아질수록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물음에 직면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고민하는 까닭은 복음과 하나님 나라는 타자의 삶, 이 땅에서 일어나는 문제들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배웠고, 말씀 가운데 그것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한 참 신앙이란 개인의 문제에만 천착하여 피상적인 것들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진실 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반응하여 행동하는 것이었기에 어찌 보면 이러한 물음 앞에 서는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제주평화순례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틀에 걸친 도보 끝에 강정마을 입구에 도착한 제주평화순례팀


평범한 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우리 같은 바보가 또 있을까요? 비싼 회비를 내고 4박 5일 이라는 시간을 할애해서 폭염주의보가 내린 제주도를 하루 20km정도 걷는다니요.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순례길에 약 70명의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에 ‘바보들이 참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왜 바보가 되었을까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제주도를 순례한다고 해서 곧바로 해군기지가 백지화되고 강정 땅에 평화가 깃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우리는 그저 제주 땅에 평화를 외치는 하나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태복음 5:9, 새번역)”라는 말씀을 개인의 삶의 영역에만 국한시켜 이해하지 않고 우리 삶의 전 영역에 대한 말씀으로 이해하였고, 평화를 만드는 자들로 우리를 부르신 소명에 응답하러 갔던 것입니다. 


주님이 평화를 원하신다는 것은 이번 제주평화순례를 통해 제게 더욱 확고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혼을 사랑하여 복음을 전하는 것만큼 불의한 곳에 정의를, 고통이 있는 곳에 평화를 외치는 것을 우리 주님은 원하신다고 확신합니다. 본래 저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전문 시위꾼도 활동가도 아닌 저는 몇 번의 집회와 시위에 참여했을 때 뒤쪽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순례기간에 생명평화예배를 드린 후 공사장 정문에서 용역과 대치하며 예배를 드릴 때 저는 그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놀랄 만큼이요. 그것은 어떤 객기나 영웅심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주님이 나의 방패가 되신다.’는 고백이 흘러나왔고, 어수선한 현장 속에서 의연하게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주께서 인도하고 계신다는 평안함이 있었습니다. 

평화문화제에서 다함께 손 잡고 춤추는 모습 "자자손손 이 마을을 전하세!"


‘복음이 사회참여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정치적 이념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는 것 아니냐.’ 제 주위 분들이 저를 걱정하며 노파심에 하시는 말씀들입니다. 저를 걱정하는 분들의 주장 앞에 ‘내가 정말 그런가?’ 걱정했던 때가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주평화순례를 통해 주님은 고통 받는 현장에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꼈으며 우리가 그곳에 가서 함께 울어주고 땀 흘리기를 원하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바보짓을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것은 온전한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 전까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이 땅에서 그것은 온전하게 성취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구원과 해방의 능력이 우리의 삶을 통하여 드러나도록 부름 받은 자들입니다. 비록 온전히 그 나라의 가치를 이룰 수는 없더라도 끊임없이 그 가치를 구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태도는 개인 윤리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윤리의 측면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며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 고통과 억압이 있는 곳에 선포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사회 구조의 모순에 의해 고통 받고, 착취당하며 인권을 침해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거기에 계셨고, 지금도 거기에 계신다고 믿습니다. 예수를 사랑하는 저는 예수가 그랬듯이 그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서면 아마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바보라고 부른다면 저는 기꺼이 바보가 될 것입니다. 예수에 미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바보요.

임준홍 / 기윤실 청년TNA 1기


김병종, <바보예수>,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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