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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쾌도난마 한국경제, 대안은 없는가?


2006. 9. 27

  지난 9월 15일(금)에는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공동저자이고 국민대 겸임교수인 정승일 박사를 초청해 '쾌도난마 한국경제, 대안은 없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높은뜻숭의교회 청어람에서 공개 강좌를 진행하였다. 사랑의교회 한생모, 새벽이슬, 청어람아카데미, 기윤실이 공동 주최하고 기윤실 대학생위원회와 기윤실 청년포럼이 주관한 행사였다.
  이번 공개강좌는 신자유주의 정책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경제 정책 방향과 한미 FTA 현안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먼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한 영상을 함께 본 후 정승일 박사의 강의를 진행하였고, 강의 이후에는 사랑의교회 한생모 김선영 자매, 새벽이슬 이문주 형제, 대학생위원회 이신실 자매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이날 강의에서 정승일 박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급진적으로 추진된 '시장주도형', '대외개방형' 경제구조가 오늘날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시장개혁 과정에서 '주주 자본주의'라 불리우는 영미식 자본주의 체제가 도입되면서 기업간, 산업간 양극화와 사회적 양극화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수주주권 강화와 적대적 M&A 활성화를 축으로 진행된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결과 투자자, 특히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투자의사결정(기업지배)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대되었는데, 이로 인해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경영전략의 최우선 목표가 되었고 자연히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금융개혁의 결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해외 매각이 진행되었고 은행 주식에 있어 외국인 비중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주주 중시 경영'과 단기수익성 지상주의가 생겨났는데, 이로 인해 산업여신보다는 주택담보대출 등 저리스크 영업에 몰두하게 되어 부동산시장 투기를 조장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외부자금보다는 내부자금에 의존하여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내부 자금 여력은 기업들의 수익성 격차에 따라 크게 양극화되어 있으므로 수익성 양극화 --> 투자 양극화 --> 기술능력 등 경쟁력 발전의 양극화 --> 수익성 양극화라는 악순환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정승일 박사는 이런 시장개혁의 흐름이 서민의 삶까지도 악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였다. '주주 자본주의'의 방향으로 경영되는 대기업들은 단기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건비 절약과 하청단가 절약 등에 나서고 있는데, 그 결과 비정규직 및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삶의 위기가 증대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내수업종 중소기업들은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로 인해 매출부진의 타격을 받고 있고, 매출이 원활한 수출업종 하청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납품단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승일 박사는 이런 한국 경제의 무방비적 세계화-개방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무대안적 반세계화론'도 우리 처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방비된 세계화' 혹은 '관리된 세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의 유럽 강소국의 경험이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들 국가들은 대외적 개방을 일정 수준 불가피하게 수용하면서도 그에 따른 대내적 충격과 불안정성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할 대내적 제도들로 무장하여 세계화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는 적절한 방비책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 제도와 조세를 통한 저극적 소득 재분배 정책를 시행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실시하면서도 실업보험을 대폭 확대하고 질높은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연대임금(비정규직 차별 제한)을 통해 지속적인 산업/기업 구조조정을 수해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자본과 관련해서는, 자국 기업의 기업지배권 방어를 위해 1주 10표에서 1주 1000표에 이르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재벌과 동일한 피라밋형 기업집단을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정승일 박사는 한미 FTA를 비롯한 새로운 세계화, 개방화 조치는 그리 급하지 않으며 그보다 훨씬 급한 것은 이미 기존의 세계화, 시장화 조치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서민과 민중의 삶을 치료하는 일이고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양극화되는 기업간, 산업간 양극화에 대처하는 적극적 정부개입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사회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를 병행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미 FTA 이전에 개방화, 시장화의 위험과 도전에 맞설 대내적 조절 장치들을 먼저 만들것을 정부에 주문하였다.
  
  이날 공개강좌는 준비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였으며 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과 질의 응답이 계속되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극화 문제와 한미 FTA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이번 공개강좌와 같이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서 보다 현명한 대안을 찾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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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일 - 「쾌도난마, 한국경제」공동저자, 국민대 겸임교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