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24
지난 5월 22일 기윤실은 사회복지 위원회와 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제2차 정책포럼 “사회양극화 진단과 교회의 역할 모색”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진행하였다. 이번 포럼에는 경기대의 박능후 교수와 기독교대학의 오세란 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아주었고, 서울대 조흥식 교수, 서강대 김병연 교수가 토론을, 중구자활후견센터의 김범석 관장이 사례 제시를 통한 교회 실천 가능 사업 제안을 해 주었다.
먼저 첫 번째 발제자인 박능후 교수는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해 ‘시장 중시적’ 양극화 접근법과 ‘공동체 중시적’ 양극화 접근법이라는 대립적 시각에서 진단해 주었다. 양극화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양분되었고, 그에 따른 진단도 양분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양극화 초래의 원인을 시장의 실패에서 찾고, 극복 방안도 시장에서 찾고자 하는 시각이 ‘시장 중시적’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간기업 소속의 연구기관이나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단체의 연구기관이 이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공동체 중시적 시각에서는 양극화 초래의 원인에 대해서는 시장중시적 시각과 같은 분석을 내리면서도 극복 가능성으로는 시장이 초래한 양극화 현상을 시장원리가 아닌 공동체적 협력에 의해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박 교수는 두 시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조심스레 지적하며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 등 공적이전소득의 몫이 커져야 함을 주장하였다.
오세란 교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제안하였다. 교회가 직접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정부의 공공복지 전달체계에 참여하고, 교회 사회봉사를 보다 조직화하고 고위험가정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것이다. 오 교수는 실례로 교회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 교회를 모델로 제시하고, 정부의 공공복지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회들의 사례를 분석하였다. 많은 교회들이 공부방 등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교회가 이미 ‘교회’라는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업을 용이하게 하는 주원인으로 파악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앞으로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고위험가정 사례를 관리하는 것인데, 이는 400만에 이르는 빈곤층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미미하나마 혜택을 받는 사람이 140만명에 불과하고 나머니 260만명 정도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현실 분석에 기초한다고 한다. 이들의 필요와 사정을 일일이 알아내고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벅찬 부분이라고 한다. 오 교수는 지역사회를 끌어안을 책임을 지닌 교회가 이 역할을 감당하여 줄 것을 제안하였다. 또 교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들을 네트워크하고 개교회의 역할들을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한데, 기윤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첫 토론자였던 조흥식 교수는 위의 두 분의 논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양극화 극복 전략은 동반성장 전략이라고 역설하였다. 성장 자체도 한계에 이르렀고, 분배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고, 특히 동정과 자선에는 강하나 못 가진 자들의 사회에 대한 권리 보장에는 동조하지 못하는 국민정서를 신랄히 비판하기도 하였다. 또 박 교수가 제안한 '근로소득보전세제(EITC)'가 굉장히 긍정적인 제도이나 소득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였고, 박 교수가 제시한 두 가지 대립적 시각에 적어도 교회는 두 번째 시각인 '공동체적 접근'을 통하여 양극화를 극복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또 교회의 본질을 ‘나눔’으로 정의하고, 교회가 혹 정부의 공공복지 전달체계에 참여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교회에서 먼저 돈을 투자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토론자였던 김병연 교수는 미국과 북유럽의 자본주의를 언급하면서 각각의 나라를 실례를 들어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제 3의 모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국의 경우 성장위주의 정책을 펼치나 양극화 현상이 심하여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반면 북유럽의 경우 강력한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인하여 비교적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그만큼 안정적 사회를 구현하고 있음을 단적인 예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 북유럽만큼 충분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빈곤의 문제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해결하면서도 성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는 영국의 예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최근의 연구조사에서 ‘성장’과 ‘분배’가 결코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오히려 이 둘은 함께 이루어질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김범석 관장은 '높은뜻 숭의교회'의 사례를 인용하여 교회가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교회들이 이제는 단순히 봉사 차원에서 이웃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직접 자활의 의지를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때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활후견 기관이 전국에 242개나 되지만 지원액이 미미하여 빈곤층의 자활의지를 효과적으로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교회들이 그 중간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재정의 상당수를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이들에게 투자하여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보듬어 안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 관장은 이러한 역할을 위해 반드시 '높은뜻 숭의교회' 처럼 재정적 영향력이 커야할 필요는 없음을 강조하였고, 지역사회를 주님의 사랑으로 끌어안겠다는 교회의 의지가 우선임을 피력하였다.
이번 포럼을 통해 ‘오늘’이라는 ‘상황’에서의 ‘교회의 역할’, 그 ‘책임’이 무엇인지가 보다 명확해 진 것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던 주님의 말씀을 오늘의 교회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고, 이웃을 향하여, 지역사회를 향하여 보다 책임 있는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관련 자료는 기윤실 자료실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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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 기윤실 부장, 기독교윤리연구소 책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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