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기독인 연합예배 성명서]
세월호 참사 1년, 시행령 폐기,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을 중단하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에 잃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난 1년은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정부의 거짓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분노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에 따라 많은 그리스도인 역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에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공통의 고통의 경험으로 하나가 되었고, 광화문과 청운동에서, 안산과 팽목항에서, 전국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상 규명은 요원하기만 하고, 9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 가족들과 6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간절히 요구한 특별법을 누더기 특별법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인원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조사 대상인 정부 부처 공무원이 특별조사위원회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한 채,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보상’을 운운하며 소중한 생명을 그저 돈과 숫자로 취급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의를 구하며 고통 받는 자를 위하여 신원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사 1:17)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통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아벨의 피가 땅에서부터 하나님께 호소한 것처럼(창 4:10), 304명의 억울한 죽음이 저 바다에서 하나님께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불의한 일에 분노하시는 하나님(시 7:11)이십니다. 또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역할은 조금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둘째, 정부는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창 1:26, 시 8:5). 돈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인간의 존엄은 죽음 이후에도 지켜져야 합니다. 시신 수습은 그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살아있는 자들의 마땅한 의무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도 가족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팽목항을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온전한 선체 인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양수산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TF’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양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선체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요구처럼 온전한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나아가 조속한 인양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을 시급히 추진하십시오.
셋째,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보상 일정을 즉각 중지하십시오.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가 시행령(안) 폐기하고 선체 인양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모든 배·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어떤 금전적 보상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내 가족이 왜 죽어야 했는지 알려 달라는,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가족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4월 1일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고 떼쓰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보상 일정을 즉각 중단하고 그에 앞서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이라는 정부의 마땅한 책임을 우선 실시하십시오.
우리는 생명을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정의의 기둥으로 세상을 통치하시며, 평화로 피조세계를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숨겨진 불의를 심판하시며 가난한 자를 편드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2015년 4월 14일
세월호 참사 1년,
시행령 폐기,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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