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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세월호 참사를 기억합니다

한국 사회 부패의 뿌리로서의 연줄문화(정병오)

한국 사회 부패의 뿌리로서의 연줄문화


정병오(좋은교사 정책위원, 기윤실 상임집행위원)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마처럼 얽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부패구조가 있다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패구조는 공적 신뢰가 낮고, 사적 신뢰가 높아 친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연줄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산하단체 요직에 해수부 관료출신이 앉아 권력을 남용하거나 부패에 연루된 ‘해피아’가 부각된 이후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조직)', '금피아(금융감독원 등 금융계 공직자 출신 조직)', ‘교피아(교육부 관료 출신 조직)’ 등으로 이어지면서 연줄문화에 기반한 관피아가 모든 관료 부서와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 안대희 전 대법관의 국무총리 낙마 사건 때 드러난 전관예우의 문제도 법조계의 연줄문화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BS1 TV에서는 지난 5월 23일 ‘KBS 파노라마-부패와 무능의 카르텔, 관료 마피아’를 방송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각 나라의 부패 유형을 부패한 독재자와 그 추종자들이 마음대로 공권력을 휘두르는 ‘독재형 부패’, 소수의 강력한 인물들과 그 추종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지배하는 ‘족벌체제형’, 사회 상층부 구성원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패의 전리품을 나눠 가지며 기성질서 유지를 통해 기득권을 지키는 ‘엘리트 카르텔형’, 성숙한 민주시장경제 하의 ‘로비 시장형’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는 고위층 결탁이 심한 ‘엘리트 카르텔’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관료 마피아는 정부관료, 정계, 청와대, 군, 지연, 학연으로 뭉친 엘리트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부패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 파노라마 제작진은 해피아, 금피아로 불리는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임원 출신 비율을 조사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산하·유관기관, 협회 임원 중 54.7%를 고위 관료 출신 퇴직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일반기업도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로 높은 비율이지만, 이는 두 배 이상의 수치다. 중앙정부와의 유착을 짐작할 수 있다. 퇴직 후 곧바로 재취업하는 사례 조사에서는 해당 임원 280여 명 중 추적이 가능한 사람들을 확인한 결과, 휴직기간이 1년 미만으로 공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해당 산하기관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 후에도 관련 기관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취업이 성행한다는 것과 산하·유관기관이 다시 사기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연줄문화는 공직사회를 광범위하게 지배하고 있다. 우선 고위 공직 사회는 같은 고시출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들만의 '순혈주의'를 형성한다. 그리고 같은 고시 출신 내에서도 기수. 학연. 지연에 따라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한다. 이러한 그들만의 그룹들은 일종의 '패거리'를 형성하여 공직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또 그러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고 비슷한 인물들을 영입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식이다. 다시 말해 패거리는 함께 가야 할 동지이며 식구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은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 고질병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를 위해, 혹은 조직(모임)을 위한 보험 차원에서 선후배들을 요직에 앉히고 각종 청탁, 비리를 눈감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선 이런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직사회 패거리 계급문화가 학연, 지연 등 줄서기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학연, 지연 등 연줄에서 대부분을 갖추고도 해외 유학길에 오르기도 한다. 좀 더 높은 계급집단에 합류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패거리 문화는 중앙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부처에 비해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지방정부에선 더욱 심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크게는 중앙정부부터, 작게는 주민센터까지 '패거리'의 연줄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국민의 세금을 받으면서도 정작 업무의 대상은 '국민 또는 주민'이 아니라, '우리 패거리'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비리에 연루되더라도 그들 조직에 속하는 한 영원히 철밥통을 간직하는 것이 가능하다. 곤란한 민원은 여기저기 돌리며 '핑퐁'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뚜렷이 이슈화되지 않으면 문제는 없다. 이들을 지켜보고 바로잡아야 할 감사, 감찰 등도 미리 식구로 끌어다 놓으면 자연스럽게 골머리를 앓는 일은 없어서다.


연줄문화에 기반한 부패구조는 고위공무원이나 법조계로 대표되는 엘리트 카르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의 직장 생활에서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연줄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취업 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에 의뢰해 2014년 5월 15~18일 직장인과 구직자 59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59.7%는 ‘직장생활 중 인맥(학연·지연·혈연) 탓에 승진 등에 불이익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주의에서 탈피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에는 ▲비교적 공정하지 않다 46.9% ▲매우 공정하지 않다 35.7% ▲비교적 공정하다 10.7% ▲매우 공정하다 2.6% 순으로 응답했다. 10명 가운데 8명은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어떤 요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업무능력·성실성이 인맥·학벌보다 커지고 있다’는 응답이 52.0%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인맥·학벌이 업무능력·성실성보다 커지고 있다’는 응답도 44.9%나 됐다.



실제로 고용정보원이 2011년 2-3년제 이상 대학교 졸업자 중 37만 3921명을 대상으로 취업 경로에 대한 질문 중에서 ‘공개 및 수시 채용시험’이 51.8%로 제일 높은 비율로 나타났지만, ‘가족, 친지 및 지인의 소개나 추천’이 16.4%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취업과 관련해서도 인맥이나 학맥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공개 및 수시 채용시험’의 경우에도 1차 필기 시험에는 그렇지 않지만 2차 시험인 면접 등에는 인맥이나 학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교육여론조사(KEDI, 2011)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성공 또는 출세에 학벌과 연줄이 미치는 영향력(2006년 33.8% → 2010년 48.1%)은 높아지고 있는 데 비해, 성실성과 노력이 미치는 영향력(2006년 41.3% → 2010년 29.7%)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벌주의에 대한 전망에서도 악화될 것(7.5%), 큰 변화 없을 것(58.2%), 심화될 것(33.9%)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줄문화가 이렇게 우리 사회의 전반을 지배하다 보니 사람들은 연줄문화와 다른 사람들의 연줄을 활용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만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연줄을 만들고 연줄을 활용하려고 한다. 내가 하면 훌륭한 인맥을 둔 덕, 남이 하면 편법을 이용한 불공정한 처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연줄부터 찾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연줄과 빽이 없는 탓을 한다. 그래서 친구나 친척 가운데 조금이라도 권력에 가까운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활용하려고 한다. 실제로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청탁 전화를 거절하는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러한 연줄문화는 과도한 교육열과 맞물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자녀가 미래의 연줄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일부 젊은 학부모들에게 자녀 인맥관리의 시작은 초등학교, 혹은 이전부터 시작된다. 교육·경제 수준이 높은 데다 학부모 네트워크가 끈끈한 강남지역의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강북이나 분당에서 원정을 오는 경우가 많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학부모는 “중·고교 때 조기 유학을 가거나 대학 학부를 외국에서 나오는 건 인맥을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돼 요즘 부모들은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사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외국어고 또는 자립형 사립고 등을 나오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들끼리 그룹과외를 해 인맥을 쌓거나 부유한 집안의 자녀가 몰리는 종교 시설에 아이를 일부러 보내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연줄문화는 우리 사회에 매우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고,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민들 가운데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김영란 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제도적 해결의 빛이 비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최소한 공직사회에서의 연줄문화와 일반인들이 유력한 지인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풍토는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줄문화의 뿌리와 범위를 생각할 때 이 법과 더불어 국민들 사이에서 연줄문화를 청산하려는 의식개혁운동이 함께 일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개혁운동에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김두식, 김영란 ,『이제는 누군가 해야 될 이야기』, 쌤앤파커스

“연줄 문화 청산하자”, 서울신문 2014년 5월 22일자 기사

“공직사회, 근본부터 바꿔라”, 파이낸셜뉴스 2014년 6월 9일자 기사

“KBS 파노라마-부패와 무능의 카르텔, 관료 마피아”, 2014년 5월 23일 방영

“채용시장 학력 학벌 차별실태 조사 1차 토론회 보도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4년 5월 29일



** 이 글은 SFC 총동문회 격월간지 <개혁신앙> 8호에 실린 글이며, 허가를 받고 전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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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 연줄사회 극복을 위한 제도적 대안-부정청탁금지법을 중심으로(김대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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