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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문제" 긴급좌담회 녹취록

긴급좌담회 녹취록
"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문제"



⦁ 일시 : 2013년 12월 4일(수) 오후 3시-5시
⦁ 장소 :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3연수실
⦁ 사회 :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 담임, 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
⦁ 패널 : 권혁률 대기자(CBS), 정시춘 대표(정주건축연구소),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원 종교사회학)
⦁ 주최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녹취 : 기윤실(02-794-6200, cemk@hanmail.net)

본 녹취록은 지난 2013년 12월 4일(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3연수실에서 기윤실이 주최한 “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문제” 긴급좌담회의 내용을 녹취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의 전개상 필요 없는 부분과 중복되는 부분은 제외를 했습니다. 개별 패널들의 입장을 인용할 경우 필요시 미리 패널들과 사전 협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신동식(사회자)
<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문제 긴급좌담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오늘 좌담회는 지난주 입당예배를 한 사랑의교회 건축을 보면서 큰 틀에서 한국교회의 건축문제를 되짚어 보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사랑의교회 건축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자리가 아닌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좌담회의 시작은 오늘 모신 패널분들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하겠다.

○ 정재영
제가 종교사회학 전공이고, 건축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건축을 하려면 재정이 필요하고, 교회의 재정은 교회의 공동체성, 정신, 철학과 관련된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건축문제를 공동체성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신앙인이자 기독시민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겠다.

다 알 듯이 한국교회는 목하 건축 중이다. 교회는 건축을 하기 위해서나 또는 건축을 한 이후 빚을 갚기 위해 긴축재정을 한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이 “교회에 다니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또한 건축을 할 때 어떻게 공동체적으로 준비하느냐도 중요하다. 제가 이번 좌담회에 패널로 나온다고 하니 어떤 분이 메일로 외부사람들이 왜 왈가왈부 하느냐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 말씀에 동의한다. 외부에서는 내부의 사정을 알기가 쉽지 않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한국교회 또는 전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보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사회학에서 “개인의 합리성이 뛰어나도 집단의 합리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개교회주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고 피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오늘 그런 측면에서 고민해보면 좋겠다.

○ 정시춘
주로 교회건축 설계 일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한국교회가 건축과 관련해 문제가 참 많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윤실에서 제안이 와서 나왔다. 좀 원론적 이야기를 드리겠다. 아시다시피 건축이란 인간의 활동을 돕는 도구이며 그 환경이다. 좋은 건축은 인간의 활동을 촉진시켜준다. 마찬가지로 좋은 교회건축은 교회의 예배, 교육, 교제, 선교, 봉사 등 교회의 사역을 촉진시켜준다. 따라서 교회건축은 교회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교회건축은 기본적으로 기능성, 아름다움, 안전성, 경제성, 공공성, 그리고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가져야 한다. 기능성, 아름다움, 안전성은 교회 내적 문제다. 교회가 실제 사용할 공간을 가장 기능적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건축가가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만들었을 것이고, 당연히 안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경제성, 공공성, 상징성에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 교회 건축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교회건축을 위해 한정된 재정을 사용하다보니 다른 교회사역이 위축된다. 교회건물을 지어놓고 경매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근래에 많이 나온다. 빚 갚는데 헌금을 거의 다 쓰다 보니 실제 교회가 해야 할 일에는 돈이 없어 못한다면 그게 교회라고 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공공성 측면에서, 한 자리에 새로운 교회당이 들어가면 그 지역환경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교회건축은 교회 자체의 건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교회 건물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라는 공공성 문제가 대두된다. 한국의 7-80년대까지 지어진 건물들은 그 건축 재료와 시공이 부실했고 따라서 건물의 수명도 짧았다. 그러나 현대 건물들의 수명은 100년 이상이다. 오랜 기간 동안 한 장소에 있으면 싫든 좋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며, 지역사람들이 자신들의 환경의 일부로 영향을 받게되므로 공공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상징성 측면에서, 하나의 교회당 건물은 교인들을 넘어 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어떤 목적으로 지어져서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이는지, 즉 그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교회 건물을 통해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교회건축 문제는 경제성, 공공성, 상징성 문제로 봐야 한다.

참고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 흔히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한다. 최초의 고딕성당을 지었던 프랑스 생드니 수도원 원장 슈제는 하나님의 성전이므로 황금과 보석 등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으로 성전을 건축하고 장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동시대에 시토회 수도원 창시자로서 기독교 개혁운동에 앞장섰던 성 베르나르는 슈제가 가난하고 굶주린 자를 돌보지 않고 허식을 위해 낭비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 특히 대형 교회건축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 권혁률
20여년 넘는 기자생활 중에 교회건축이 요즘처럼 논란이 된 적이 없다. 사랑의교회 문제가 있고, 교회들의 무리한 대출과 경매 문제가 있다. 은행대출액이 2008년 말에 3조 2996억에서 2013년 6월 말에 4조 5107억이 되었다. 불과 5년 안에 36.7%가 급증한 것이다. 제2금융권 대출은 2012년 말에 4조 9천억이었는데 지금은 5조 가까이 됐을 거다. 둘을 합치면 거의 10조다. 제3금융권 사채까지 합치면 10조가 넘을 거다. 교회대출 10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부작용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교회가 2008년에 181건이던 것이 2012년 312건, 가장 최근 통계가 10월 말에 나온 것인데 298건으로 거의 작년 1년 치에 육박했다. 작년 동기간보다는 50건 증가한 수치다. 어떤 교회들이 경매에 나오는지 여러 군데서 볼 수 있다.

교회 건축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많이 기도하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 교회건축인가 하나님의 응답을 구해야 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3가지 정도 발상의 전환, 인식의 전환을 위해 3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1)돌파형 교회건축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가능하지만 믿음으로 가능하게 하겠다,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면 하나님이 채워주신다, 그린벨트 사놓고 기도하면 규제가 풀릴 것이다, 위법한 것도 기도하면 해결될 것이다 식의 자세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겠다. (2)교회 매몰형 교회건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와 이웃을 함께 생각하지 않고 우리 교회의 수요, 성도들의 요구에만 사고가 매몰된 건축을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3)사회친화형 교회건축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려가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환영할만한 교회건축을 해야 한다. 교회건축과 관련해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 신동식(사회자)
사랑의교회 건축문제는 오랜 기간 한국교회의 화두였고, 건축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큰 계기가 됐다. 사랑의교회 건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이렇게 공론화되었다고 보는가? 단순히 개교회의 문제를 너무 확대하는 것은 아닌가?

○ 정재영
사랑의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다. 과도한 주목이 부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대표성이 있고 그에 따른 책임감과 기대감이 있었다. 80년대 이후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이야기를 안 한 사람이 없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이슈가 되면서 제자훈련에 대한 평가도 다시 나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적법이나 위법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사도바울도 덕이 되지 않으면 음식을 절제하라고 했다. 적법하고 합법적인 수준에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주변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때 일부분은 좀 양보하면서 기독교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면 문제없다는 식은 태도는 재평가 되어야 한다.

○ 정시춘
사랑의교회는 좋은 의미에서 한국의 대표교회로 인식되었다. 그런 교회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더 부각되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지금 개신교에 대한 사회인식이 굉장히 악화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면 더욱 확대되는 것 같다. 거기에 사랑의교회 새로운 예배당이 위치한 자리가 강남의 대표적인 자리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의 모습에서 일반인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

○ 권혁률
“브루투스여, 너 마저도”라는 말처럼 “사랑의교회 너 마저도”하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물량적, 외형적인 경쟁을 추구해온 대다수 다른 초대형교회와 달리, 모범적인 초대형교회였다. 사랑의교회 분들이 과도하게 비판받는다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사랑의교회가 가진 상징성이 크고 사랑의교회에 대한 애정이 커서 크게 논란이 되는 현실을 이해하시면 좋겠다.

○ 신동식(사회자)
남의 교회 문제에 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냐고 하는데, 남의 교회가 있는걸까? 보편적 교회, 우리 모두의 교회라는 관점에서 현재 대부분의 교회들이 화려해지고 대형화 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 대형교회 건축이 지역의 중소형교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지역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 정재영
건축학자가 아니라서 화려함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학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소비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통해 정체성을 나타내려 한다고 본다. 교회에도 그런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한동안 교회가 건축에 열을 올리고, 여러 면에서 남다른 교회건물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할 때는 가능했다. 요즘은 성장할 만큼 성장했고 오히려 건축하는 교회는 기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럴 때 교회가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오히려 거룩함을 추구해야 한다. 이분법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개혁은 모든 면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교회 건축도 그런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또 지역에 있는 다른 교회들, 특히 작은 교회가 위축되고 위화감을 느낀다. 교회 양극화 현상이다. 대형교회 건축이 교회 양극화를 유발할 수 있기에 교계 생태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권혁률
사랑의교회가 2호선 서초역에 건축되는 걸 보고 요즘 “2호선 주변 교회는 다 죽었다”는 농담이 있더라. 물론 그런 일은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제는 한국교회도 좀 성숙해야 할 것 같다. 건축을 통해 다른 교회 성도들을 끌어들여서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좀 더 나은 환경의 신앙생활, 지역사회 공헌 측면에서 건축을 해야 한다.

○ 신동식(사회자)
권혁률 기자의 지적처럼 교회 경매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이렇게 된 궁극적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무리한 대출일텐데, 교회대출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 권혁률

현장에서 볼 때 경매가 급증했다. 지금은 연간 350~400건 되지 않을까. 간단하다. 믿음으로 돌파하면 된다, 헌신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제 교인들의 삶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예전에 한국사회가 성장하면서 교인들의 수입도 늘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거액을 헌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교인들이 얼마나 팍팍하게 사는가. 마음은 원해도 점점 기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절감해야 하는데 상황인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 믿음으로 시작하면 되겠거니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년까지 특별헌금은 줄어도 십일조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올해는 십일조도 줄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교인들의 삶이 어려워진 거다. 앞으로 더 어려워질텐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과거와 같은 생각으로 교회건축을 추진하면 틀림없이 교회가 경매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아마 연간 1000건이 될 수도 있다.

○ 정재영
교회 구성의 3요소가 있다고 한다면, 과연 건물이 핵심요소가 될까? 물론 건물은 있어야 한다. 교회가 성도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모임공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초대교회는 건물이 없었다. 가정교회 형태였고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교회가 제도화되고 교권이 강화되면서 건물이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교회 건물이 반드시 핵심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는 건물을 갖지 않고 사역하는 교회도 많다. 최근 ‘가나안 성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 할 때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의사결정이 공동체적이지 않다거나, 재정이 비도덕적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정말 공동체인가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대출문제도 공동체적으로 잘 논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출을 꼭 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비이성적으로 확장을 하는 것은 신앙공동체 모습에 맞지 않다.



○ 신동식(사회자)

이번에는 청중분들께 질문을 좀 받겠다.

○ 청중1
오늘 행사가 사랑의교회 건축문제를 다루는 좌담회인지 알고 왔는데,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스럽다. 그럼 좌담회 제목을 ‘교회는 무엇인가’로 하고 교회론에 대해 다뤘어야 한다. 건축문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이다.

○ 권혁률
사랑의교회가 건축하면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 알거라고 본다. 지금은 ‘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본 한국교회 건축문제’를 다루는 좌담회다. 패널들이 좌담회 전에 대화하며 공유한 것이 한국교회 전반 건축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랑의교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별도의 자리가 필요하고, 오늘 모임의 취지는 이것이 맞다고 본다.

○ 신동식(사회자)
건축적인 측면에서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는 잠시 뒤에 정시춘 대표께 질문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부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그 점 양해바란다. 정시춘 대표께 질문하겠다. 사랑의교회도 그렇지만 대형교회 건축 문제는 너무 화려하다는 것에 있다. 화려함은 실용성과 대치된다고 볼 수도 있는데, 한국 대형교회의 화려함을 교회 건축이란 측면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 정시춘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결코 아니다. 신학적으로도 화려함이 결코 바람직한 교회건축 신학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교회건축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성전이냐 회당이냐 하는 것이다. 템플(Temple)이냐 미팅-하우스(Meeting-House)냐 하는 것이다. 초기 가정교회 시대를 지난 후에 처음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바실리카 교회양식으로 세울 때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교회가 교세를 확장하고 기독교가 자기 과시 욕구가 생기면서 점점 화려하게 장식을 하게 된 것이다. 바실리카는 회당의 의미이지, 신전이 아니다. 교회가 힘을 가지기 시작하고 세속화 욕망이 드러나면서 규모도 커지고 화려해졌다. 그러다가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종교개혁자들이 추구했던 교회 건축은 미팅하우스다. 굉장히 검소하고 단순하고 소박하고 작은 건물과 장식들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에 영국국교회를 중심으로 중세부활운동이 일어나면서 미팅하우스는 다시 성전의 개념으로 돌아갔고, 이는 당시 미국교회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미국교회로부터 선교 받은 한국교회 역시 교회건물에 대한 기본 개념은 성전이었고 그 영향이 오늘에 이른 것이라 볼 수 있다.

건축학적으로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이 결코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더 아름답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그 질서와 조화 그리고 균형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의 교회건축들의 모습은 건축 원론에서는 물론 신학에서도 멀리 벗어나 있다고 본다.

○ 신동식(사회자)
교회 대형화는 교권, 세속화의 상징이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 대형화는 가슴 아픈 우리의 현실이다. 사랑의교회가 교회 건축물로서 비판도 많은데 왜 그럴까? 또 하나는 한국교회 건축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건축하면 교회가 쪼개지거나, 목사가 쫓겨나는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 정시춘
정리해보면 이렇게 생각이 된다. 교회가 건축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지켜봤다. 오늘 한국교회의 상당수 목회자들이 세속적 성공주의에 물들어 있다. 저는 평신도 입장에서 교회 목회자의 자리를 부와 권력과 명예의 자리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교회 성장을 목회 성공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굉장히 존경받는 어떤 목사님이 후배 목사님에게 “설교 아무리 잘 해도 소용없고 교회당을 크게 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하더라. 혹시 교회성장을 전도 또는 선교와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잘 아시다시피 크게 성장한 교회 안에 늘어난 교인들은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사람보다 이미 기독교인이었던 사람들의 수평이동 더 많다고 한다. 이는 교회 본래 목적과 다르지 않나.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지으면 채워주신다는 확고한 신념이 교회 건축 경쟁을 촉발했다. 건축을 시작하면 국내에서 잘 지었다는 교회 순방을 하고, 또 미국 대형교회를 순방하고, ‘우리도 이렇게’라는 생각을 한다. 교회 지도자들의 경쟁심이었던 것 같다.

○ 신동식(사회자)
교회건축에 있어 늘 불거지는 문제가 내부의사결정의 공정성에 있는데, 그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시춘
그래도 요새는 대부분 건축위원회가 구성되어 잘 진행되는 것 같다.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권혁률
실제 그 점은 좀 발전을 한 것 같다. 장로님들 힘이 더 센 교회가 많아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전히 건축위원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하면서 우왕좌왕 하는 경우는 많다. 정확한 목표 없이 하기 때문에 계속 설계를 변경해 건축을 하니 공사비가 급증하는 것이다. 사전에 논의되고 의견수렴이 광범위 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도 전보다 담임목사 개인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좀 줄어든 것 같다.

○ 신동식(사회자)
청중 중에 또 질문이 있는가?

○ 청중2
한국교회가 건축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축복해주는 좋은 사례가 있는가? 전주안디옥교회나 높은뜻교회, 나늘목교회 같이 학교를 빌려서 운영하는 경우를 빼고 말이다.

○ 권혁률
굳이 자기 독자건물을 갖기 보다는 지역사회에서 공공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교회를 늘리기 보다는 분립하자는 경향도 상당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격려도 받고 좋다고도 하지만 기대만큼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아직도 교회는 독자건물을 갖고자 한다. 사례 하나만 소개하면 최근에 한남제일교회 사례가 있다. 토지가 있는데 거기에 교회당을 지은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 기부체납했다. 서울시가 거기다 체육관을 짓고, 운영은 교회가 한다. 평상시는 체육관으로 쓰고, 주말에는 교회로 사용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대출 받지 않고 아름답고 좋은 건물을 갖게 된 사례다. 물론 일반적인 교회건축에 비해 외형상 더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오가는 사람도 많고 선교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창의적으로 독자건물론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 정시춘
샘플보다도 전반적인 교회의 인식변화는 눈에 보인다. 물론 제가 접하는 교회가 제한되어 있지만,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교회의 의식이 굉장히 달라졌다. 담임목사가 건축 자체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기본 방향만 제시하고 건축위원들이 판단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당 건물을 갖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교회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아주 희망적이다.

○ 청중3
개인적으로 사랑의교회 건축과 관련해 문제라 생각한 것은 크게 세 가지인데, (1)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어야 했나, (2)공공도로 밑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법성과 편법성 문제, (3)입당을 한 현 시점에서는 너무 화려해 쇼핑몰 같다는 것이다. 근데, 이게 다 혼합되어 있어서 하나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지만, 궁금한 점은 작으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볼륨의 측면에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10년 후를 생각하고 지어야 하는 점도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하다.

○ 정시춘
그것은 교회 상황이 다 달라서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사랑의교회가 5만명 정도 모인다고 볼 때 2만평도 모자랄 수 있다. 교회건축을 할 때 교회 내 각 부서가 요구하는 면적을 다 들어주면 건축하는 규모의 2-3배가 된다. 최대한 다목적화해서 교회 예산을 최소화 하는 것을 교회와 건축가가 함께 연구해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디자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디자이너가 잘 디자인하려고 꽤 노력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자리에 사랑의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볼륨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어. 굉장히 크네!”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의 화려함은 겉 재료인 유리 때문에 많이 느껴지는 듯하다. 최첨단 재료, 하이테크 같은 느낌을 준다. 박스 형태가 아니라 조형미를 주려고 꽤 노력했다. 기능적으로 안에 비 효율적인 공간이 생기고 비경제적 요소가 생기는데, 그것 자체를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나도 건축가 입장에서 다른 건축가가 아름다운 건물을 지으려 한 것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자리에 그렇게 화려하게 보이는 방법으로, 그만한 크기로 해야했는지 의문은 있다.

○ 신동식(사회자)
나는 개인적으로 교회 볼륨은 1부 예배드리는 인원만큼 있으면 된다고 본다. 모든 한국교회가 5, 6부 예배가 생기면서 보편적 예배, 공동체성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 정재영
종교사회학적인 입장에서는 답은 없다. 다만, 개인신앙인 입장에서 말해보면, 흔히 교회를 방주로 생각한다. 다 들어와서 구원받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를 크게 지어서 모두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 관념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다. 종교개혁 이후에는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하나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 쓰기 보다는 일반 사람들과 지역사회 자원들을 활용하고, 지역단체에 후원하면서 연계하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

○ 권혁률
제가 목회자 친구 선후배가 많다. 최근 만남에서 주변의 목회자 친구들중에서 누가 행복하냐고 꼽다보니까 약 100~200명 정도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하며 교인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자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선교사역을 함께하는 사람이 제일 행복하다는데 다 동의하더라. 물론 교인들 입장에서 큰 교회 나갈수록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신동식(사회자)
사랑의교회 건축을 이야기할 때 법 위반 또는 편법 관련된 위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 권혁률
위법하면 안 된다. 위법하면 건축허가가 안 나오는 것 아닌가. 법을 뛰어넘어서 하려는 생각은 안 된다. 물론 규제 중에는 시대에 낡은 것도 있다. 당연히 개선과 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사회적 상식을 벗어나서, 교회니까라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바꿔내겠다고 하는 것은 안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랑의교회 건축이 한국교회 건축에 아주 큰 기여를 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 이런 게 논란이 되는구나!”하는 점을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분들에게는 아픔이지만, 한국교회 전체적으로는 건축할 때 뭐를 의식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 정재영
위법적인 것 당연히 안 된다. 일부 교회 중에는 특권의식을 갖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지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문화센터나 카페 운영할 때도 그렇다. 우리끼리는 선한 목적에 쓰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공공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 안내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순히 위법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신앙공동체로서 본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법하니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소극적 기준이다. 본이 되고 그 자체가 전도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청중4
사랑의교회 은퇴장로다. 자기교회 행위가 공론화 되어 발제되는 것이 죄송하다. 저는 건축 초기부터 불법성 문제 때문에 반대했던 사람이다. 사랑의교회가 새 예배당을 지을 때 서초구청이 서울시, 국토부, 행자부에 질의했다. 그런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승인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행태는 못된 기업이 하는 꼼수를 갖고 왔다. 건축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전도의 문이 열리느냐 생각해야 한다.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다. 또 질의를 해서 받아오는 과정 중에 한국교회가 종교권력이 생겼다. 유명인의 힘을 빌려 압력을 가했다. 부패의 바로미터다. 사랑의교회는 저 건물 때문에 망하고, 사랑의교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망할 것이다. 각성해서 받아주시면 좋겠다.

○ 신동식(사회자)
마지막으로 사랑의교회 건축을 통해 한국교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과 교회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시면 좋겠다.

○ 정재영
현 상황이 착잡하고 안타깝다. 오늘 전반적인 건축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나왔는데, 사랑의교회 건축 이야기에 대한 요청들도 많았다. 오해가 있다면 죄송하다.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모두발언 때 공동체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전체 한국교회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비 기독교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교회도 문제 많다. 개척하는 것이 어렵고 다 비용문제다. 1년에 몇 천 개씩 교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좌담회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갖지 않는 것, 건축을 하더라도 예배만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서 하는 것 등 교회 건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자는 것이 좌담회 성과로 평가되면 좋겠다.

○ 정시춘
평신도가 이런 이야기해서 안됐지만, 교회가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개신교는 종교개혁자들의 후예이고, 한국교회는 청교도정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쩌다가 교회 건물이 성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미팅하우스 개념, 검소함, 낮아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면 좋겠다. 또 작은 교회에 대한 배려, 사회의 인식도 좀 생각을 하면 좋겠다. 엄청나게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종교개혁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정말 그렇다.

○ 권혁률
정시춘 대표 이야기 중에 딱 와 닿는 이야기가 있었다. 교회 부흥이 전도나 성장이냐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전도와 선교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한국교회의 부흥은 거의 수평이동이고 오히려 전도의 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과)의 “편안한 절, 어려운 교회”라는 칼럼을 본 적이 있는데, 절은 누구나 지나가다가 쉽게 들어오는데, 교회는 같은 기독교인이라도 다른 교회 교인이면 쉽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칼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 함의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교회대출이 합치면 10조원이다. 5% 이자만 따져도 5천억원이 이자다. 5천억을 영혼구원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로 헌금이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

○ 정시춘
건방진 이야기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교회건축에 대해서 언론이 부추기는 것 같다. 굉장히 크고 화려한 교회들을 아주 훌륭한 교회로 소개하고 상도 준다. 저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매우 안타깝다. 교회들 보고만 뭐라고 하지 말고 언론도 그런 사명의식을 좀 가져주셨으면 한다.

○ 신동식(사회자)
기윤실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교회가 18% 정도 신뢰를 받는다. 선교한국 초대총무인 김인호 목사의 1987년 논문을 보면 비기독교 대학생이 본 기독교의 문제가 2가지로 나오는데, 목회자의 권위와 건축문제였다. 그 당시 대학생들이 지금 40, 50대 되어 한국교회를 이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한, 어느 대형교단에 소속된 교회의 유치부 평균 출석이 15명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위기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건물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공교회를 강화해 각성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오늘 좌담회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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