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많이 기쁜 일
이의용 이사(대전대 교수)
얼마 전 제가 나가는 교회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교회 주변에 주차를 할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교회 주변 주민들의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주차 단속을 시작한 것입니다. 교회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교인들은 주일만 되면 교회 인근 빈 곳이라면 어디라도 차를 댔습니다. 심지어 남의 집 대문 앞에 차를 대기도 했고, 남의 차 앞을 막아 주민이 차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주일이 여간 불편한 날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단체로 민원을 냈겠습니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한 사람이 편리해지는 대신 다른 한 사람이 불편해지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둘 다 편리해지는 수도 있지요. “내가 편리하면 남은 불편해질 수 있다”는 말은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남의 불편을 외면한 채 자신의 편리만 추구한다면 세상은 ‘동물의 왕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사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사람, 남을 위해 손해를 보면서 사는 사람. 우리 기독교가 지향하는 유형은 세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개인은 물론 교회조차 손해보는 삶을 점점 외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이 이타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어느 순간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기독교의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이 글을 청탁받으며 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최소한 남에게 폐는 끼치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사실은 알게 모르게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 줄을 서지 않는 일, 부정행위를 하는 일,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 등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인지는 잘 알고 가급적 그렇게 하지 않으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워낙 복합적이고 다원해지니 나의 행동이 남에게 폐가 되는 걸 깨닫지 못하는 일도 생깁니다. 내 돈 내고 내 차 타는 일, 내가 전기료 내고 내 난로 사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내가 축내고, 자연환경을 내가 오염시키는 일이 결국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인 걸 깨닫지 못합니다.
나아가 내 맘이 편해지기 위해 남의 마음에 불편을 주는 일, 내가 편하자고 약속시각을 함부로 바꾸거나 지키지 않는 것이 남에게 얼마나 불편함을 주는 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몇 가지 다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주차장이 두 곳입니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 먼저 와서 자리가 있는지 살펴보고 없으면 먼 곳으로 향하곤 합니다. 다들 그렇게 하지요. 그러나 이제는 아예 먼 곳에 주차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짐이 있거나 어린아이가 있는 누군가가 가까운 곳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을 테니까요. 교회에 주차할 때도 교회에서 아주 먼 곳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할 때에도 학생들보다 10분 전에 와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좌석도 수업하기 편하게 정리를 해놓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5분 전에 수업을 끝내줘서 학생들이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하겠습니다. ▲자주 승용차를 이용하는 저로서는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고, 승용차 대신 전철이나 버스를 자주 이용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기윤실의 ‘자발적 불편운동’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발적 불편운동은 조금 불편하지만 참 기쁜 일이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쉬운 일입니다. 많은 교회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우리로 인한 남의 불편함에 너무도 무관심하고 무감각했음을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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