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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위장전입과 생쥐들의 선택 - 백종국 기윤실 이사


위장전입과 생쥐들의 선택

백종국 교수(경상대 국제정치학부)
 
기윤실 이사, 진주기윤실 공동대표

2009년 9월의 장관 청문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다수의 장관 후보들이 위장전입을 했다는 점이었다. 본인들이 스스로 시인하고 사과했다. 사실 위장전입뿐만 아니라, 다운계약서 작성, 차명거래, 재산신고 누락, 불법선거자금 수수, 부동산투기, 병역회피 등의 혐의가 줄줄이 드러났다.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확립 문제가 되어버렸다. 국방부장관 후보만이 이러한 의혹에서 예외였다니 참으로 명예스러운 일이다.
범죄를 저지른 후보들, 이를 비호하는 정당과 언론들은 당시의 관행이 그러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면제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할까? 이들의 주장을 들으니 문득 최근 환경심리학 교과서에서 읽은 존 캘혼의 생쥐 실험이 생각난다. 캘혼은 1962년의 논문에서 밀집과 스트레스에 관한 생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인구밀도 증가로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상황을 “행동난장(behavioral sink)”이라 불렀는데 쥐들은 그 전의 정상적인 상황과는 매우 다르게 행동했다. 사회적 역할 붕괴와 함께, 과잉활동, 과잉성욕, 동성애, 동족살해 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이 생쥐들이 동일한 행동난장 하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행동난장에 처한 수컷들의 선택은 다음 네 가지였다. 첫째는 정상적인 쥐들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성실히 행했다. 둘째는 과잉성욕적 쥐들이다. 이들은 한데 몰려다니면서 수컷들끼리도 성욕을 해소하려들었다. 셋째는 무관심한 쥐들이다. 이들은 다른 쥐에 대해 전혀 무관심했고 따라서 후사가 없이 죽었다. 넷째로 “탐색자(prober)”라고 명명된 가장 비정상적인 쥐들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행동난장의 병리현상은 주로 이들의 행동이었다.
 
이 연구를 보면 선택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생쥐들도 동일한 인구 압력 하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랴? 인간은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선택하기 때문에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위장전입은 관행이 아니라 불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위장전입에 반대하고 있다. 설혹 인구의 2/3가 불법을 지지한다 해도 장관을 선택할 때에는 불법을 행하지 않은 나머지 1/3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불법을 즐기는 네 번째 유형이 지배적이 될 때 그 공동체는 결국 붕괴하기 때문이다. 캘혼 연구의 서글픈 결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전개하고 있는 “NO! 위장전입 1만명 서명운동”은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유익하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을 명령받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나라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붕괴를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당파성이나 이데올로기는 젖혀두자. 산불이 나면 빨간 나무만 타고 파란 나무는 남겠는가.
 
(* 이 글은 기윤실의 비전레터와 뉴스앤조이의 칼럼으로 동시에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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