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소통을 말하다.
백광훈(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6월 11일, 기윤실과 공동주최한 사회적 책임 2.0포럼 “교회와 사회, 문화적 감수성으로 만나다”의 열띤 여운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듯하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사역자들의 가열 찬 토론과 대화 속에 한국교회가 실천해야 할 소통의 의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소통’은 우리들의 논의과정을 통해 소통되어야 할 주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소통의 방식, 주제, 방향 등에는 분분한 의견차이가 있더라도, 한국교회가 소통을 말해야 하고 관심해야 하는 당위성은 포럼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소통(communication)이란?
‘소통’이라는 주제는 필자가 속해있는 문화선교연구원이 창립된 이후부터 줄곧 연구원의 사역을 묶어내고 추동해 온 모토였다, 문화적 소통(communication)없이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통해서만 하나님 나라의 문화 변혁(transformation)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본디, 소통(疏通, communication)이란 무엇인가. 소통이란 자신의 입장에 갇히지 아니하고 타자의 입장과 통하여 공감과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입장에 매이지 아니하고 타인의 생각을 경청할 줄 하는 자세를 동반한다.
성서적 의미에서도 소통은 지극히 신앙적인 행위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피조세계로서의 타자들(사람이든, 세대이든, 문화이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모든 타자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포기할 수 없는 존엄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원천으로서의 교회
사실, 기독공동체의 시작 자체야말로 소통의 결과였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육화의 거룩한 소통의 정신에서 기독교정신의 핵심이 있다. 신이 자기 영광의 자리를 포기한 자기비움(kenosis)의 용기 속에서 비로소 인간의 구원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소통의 정신으로 오신 성자 하나님, 예수시기에 그가 보여주신 행보는 파격 그 자체이실 수 밖에 없었다. 죄인과 창녀,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하신 예수님의 파격적 소통의 모습 속에서 폐쇄된 질서를 타파하고 하나님 나라의 질서 속에 우리의 삶의 질서를 끊임없이 재편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우리는 동시에 듣는다. 교회는 이러한 정신을 기초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에 기초하여 모든 이가 그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귀하고 소통가능 한 형제요 자매가 될 수 있음을 선포한다. 이러한 기독공동체가 내장한 급진적 소통의 힘은 서구 역사 속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자유와 인권의 절대가치를 모토로 하는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에너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기독교인이란 그 혈류 속에 혁명적 소통정신의 DNA가 관류하고 있는 후예들인 셈이다.
자기성찰과 개혁의 자세가 필요
소통의 정신은 교회로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므로 머무르려 하는 관성을 극복하여 복음의 정신까지 스스로를 밀고나가는 힘을 의미한다. 개혁교회의 모토는 “개혁교회는 언제나 개혁되는 교회”였다. 이렇듯 철저한 개혁교희의 정신은 교회공동체가 과거 질서에 안주하게 될 때 스스로를 엄히 질책하고, 복음의 정신으로 자신을 새롭게 갱신시켜나가는 고매하고 깊은 자기성찰과 회개의 정신을 요구한다.
이것은 동시에 타자와의 열린 대화의 자세를 요구한다. 개개인이 하나의 교회로서, 우리에게 타자란 교회 안과 교회 밖 어디든 존재한다. 복음이라는 절대가치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역사와 이야기, 문화가 지닌 상대적 의미들을 인정하고 우리 교회 지체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 밖 타자와도 그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와 타자의 상호소통과 변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하나님 나라는 보다 실천적 의미로 다가옴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회와 세상의 문화적 만남이란?
교회와 세상의 문화적 만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세상의 문화를 차용하여 세상 사람들을 전도하는 차원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거기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 만남은 보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경청, 그리고 타자에 대한 존중에 바탕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진정이 있고, 감동이 있고 공감이 있는 ‘소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교회와 사회, 문화적 감수성으로 만나다”를 이야기하는 참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백광훈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M.Div., Th.M.과정을 졸업하고
기독교와 문화 박사과정 중에 있다.
나눔N누림교회에서 교육목사로 있으며
문화선교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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