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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현대사의 아픔

현대사의 아픔

신동식(기윤실 생활신앙실천운동본부장, 빛과소금교회 담임목사)


2009년 5월 23일은 한국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죽음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시골 마을에 차려진 장례식장에 100만 명 이상이 조문을 하였다는 것이고 전국을 따지면 2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것은 국민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슬픔과 충격을 주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론 죽음을 선택한 방법은 결코 합당한 모습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될 일임이 분명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참고 이겨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 큰 아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분명한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게 된 원인입니다. 이 원인에 대하여 다시금 짚어보고 이러한 참담함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후의 한국의 정세는 매우 불안 할 것이고 보복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원로들 가운데도 이번 수사가 균형 잃었음에 대하여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마치 감정에 치우쳐서 수사하는 검찰의 모습과 정국의 반전을 노린 청와대의 압력이 이러한 비극을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역사가 밝혀 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비극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잘했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대하는 정부와 검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검찰에 대하여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연예가 중계하듯 하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를 담당하였던 검사들이 오히려 고소를 받는 상황이 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습니까? 검찰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바로 우리 시대의 비극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비참한 상태로 몰아간 우리 시대의 모습을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첫째로 이데올로기의 망령이 살아있는 한 이러한 불행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분단국가가 가지고 있는 십자가는 바로 이념입니다. 좌와 우로 나눠진 우리 시대를 볼 수 있습니다.  좌와 우 앞에는 복음도 힘을 못쓰는 것을 봅니다. 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좌우의 대립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서슴지 않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하여 사탄이라고 말하면서 헐뜯고 있습니다. 하물며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데올로기의 극복 없이 비극은 언제나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정치적인 후진성입니다. 정치의 목적이 권력을 잡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비극을 양산하는 공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여야 할 것은 정치의 목적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창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상실되고 오직 권력을 잡아 권력을 누리려고만 한다면 비극은 또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당파와 색깔론과 지역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누구 하나 이러한 후진성을 깨트리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안주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이러한 후진성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러한 운동의 기폭제가 되지 않고 권력 쟁취의 투쟁이 되어 진다면 그것은 국가적 재앙이 될 것입니다.

셋째 정직과 신뢰 그리고 사랑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참으로 멋진 생각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 나라의 원로라고 하는 분들의 입에서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향하여 자살하라는 말을 합니다. 또한 한 기독교 단체의 행사에서는 자신의 이념과 다르다고 삼족을 멸하여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참으로 인격이 상실된 현실입니다. 이러한 사회는 결코 하나님이 기뻐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이것은 죽고 죽이는 싸움을 만드는 일입니다. 성경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생각입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가치는 정직과 신뢰, 그리고 사랑입니다. 각 영역에서 부정과 부패가 끊어지고 정직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부정과 부패는 신뢰를 끊어 버리게 합니다. 결국 사랑할 동력을 상실하게 합니다. 참된 행복과 만족이 있는 사회는 정직과 신뢰, 그리고 사랑이 있는 사회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사회가 되기를 애써야 합니다. 그것이 비극을 막는 일입니다. 우리는 현대사의 비극 앞에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살펴 보아야합니다. 이제 영결식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그렇게 애타게 흘렸던 눈물을 잊어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있는 이 십자가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성경은 칼을 사용하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비극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필요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칼이 되어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원망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원망은 원망을 남고 결국 반복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은 자들이 할 일은 결코 보복이 아닙니다. 남은 자들이 할 일은 비극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기독교인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장로 대통령이 국정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교회에 큰 돌들이 날아 올 수 있습니다. 이 돌을 피하여 도망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맞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이명박 정권은 이번 사건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더욱 겸손하게 엎드려야 할 것입니다. 다시금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고 남은 시간을 정직과 신뢰와 사랑이 넘치고 정치적 선진성을 회복하는 일에 열심을 내야 할 것입니다.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을 썩어지는 밀알처럼 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자의든 타의든 이 짐을 함께 지고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대사의 비극을 치유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고 선지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배만 부르는 부자의 교회가 아니라 선지자의 사명을 가지고 비극의 역사를 치유하는 일에 온 힘을 바쳐야 합니다. 우리 모두 이 시대의 비극이 반복되어 후손에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가슴을 치고 옷을 찢는 심정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 땅에 하늘의 평화가 임하며 남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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