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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

태안 봉사활동 후기입니다.

2007. 12. 31

아래의 글은 12월 27일(목)에 회원가치마당을 겸해서 진행한 태안 기름유출 현장 자원봉사에 참석한 김진표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후기입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귀한 손길로 함께 해 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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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회원가치마당 - 태안봉사활동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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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일감이 좀 많은 편이다.

요즘 몸도 좀 피곤해 잠도 달다.  

한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내일 태안에 간다는 기대감보다는 걱정 때문이다.  

예쁘고 똘똘한 아내의 만류에도 예성이까지 데려간다. 바닷가는 매우 춥기 때문에 얇은 옷을 겹겹으로 입어야 한다. 지독한 기름 냄새도 참아야 한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은 가지 않는게 좋다. 작업후 며칠간은 속이 매스꺼울 수도 있다. 약간의 두통도 감내해야 한다.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태안에 돌아올 때는 작업할 때 입은 옷, 양말 따위는 아예 버리고 올 작정을 해야 한다. 옷이 기름으로 젖어 냄새가 심하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을까?    설레임과 긴장 덕분일까?  

새벽 4시 50분 모닝콜이 울리기 5분 정도는 먼저 잠에서 깬것 같다.
  
아내는 전날 끓여놓은 쇠고기국으로 아침을 차려준다. 현장에서는 밥을 제대로 먹기 힘들꺼니가 아침이라도 아주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옷은 최소한 두벌씩 챙겨야 한다. 

모자도, 마스크도 작업때 쓸 숟가락, 젓가락, 못쓰는 옷가지도 챙겨야 한다.   

콜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해 기윤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 7시, 그런데 처음 찾아간 삼각지 세대빌딩 4층 기윤실 사무실에는 어두울뿐 아무도 없었다. 아빠 오늘 맞아? 예성이가 좀 추운가 보다. 간사님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순간 좀 혼란스러웠다. 아래층 계단에서 반가운 소리들. 간사님들 빼고는 처음보는 형제, 자매들 예성이가 기특한가 귀여워해 준다. 태안 가는 봉고차 좀 추웠다. 다들 아침에 자다만 잠을 잔다. 간간히 형제 자매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소박하고도 진솔하다. 10년전 청년인 나도 그 곳에 있었고 10년 후 청년아들 예성이도 그 대화속에 있는듯 했다. 자상하게 귤을 까서 돌리는 형제도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서산 IC로 빠져나가자 이런 촌구석에 웬 교통체증이? 휴가철도 아닌데? 다들 조금 짜증이 날뻔 했다. 이렇게 막히면 언제 도착하냐구? 자원봉사단을 실은 차량이 정말 많았다.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에서 온 교회차도 많았다. 모두 가슴이 찡했다.  우리 주님도 가슴이 찡했으리라.  

태안기름유출사고는 그 피해규모가 엄청나다. 설사 몇 천명, 몇만명이 와서 법석을 떨어가며 기름을 닦는다고 해도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곳에 오는 자원봉사자들은 그걸 모르는 바보는 아니리라. 그런데 파도처럼 자원봉사자들이 엄청나게 밀려온다. 나는 오늘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게, 한국교회 성도라는게, 내가 기윤실 회원이라는게 자랑스럽고 기쁘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해안은 찌든 기름만 빼면 정말 아름답다. 자원봉사단차량이 하도 많아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다. 김밥과 생수 너무 맛있다. 뜨거운 물이 없어 컵라면은 바라만 보았다. 모자달린 비옷을 입는다. 장화를 신고 실장갑과 고무장갑을 낀다. 서로를 보고 웃는다. 우리는 서로 똑같아진다. 바닷가로 들어간다. 다른 곳에서 온 봉사자들 틈에 끼어 기름을 닦아보려 한다. 그런데 움찔, 내키지 않는다. 기름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기름 먹은 뻘은 어디에 있는지, 기름 묻은 돌맹이는 어디에 있는지 언뜻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가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제각기 기름을 닦고 있다.  커다란 바위틈에서 꼬챙이로 기름찌꺼기를 파내는 사람, 기름먹을 뻘을 삽으로 퍼내는 사람, 호박만한, 감자만한 돌멩이를 헝겊으로 닦는사람 등. XL비옷을 입은 10살 예성이는 뻘에 장화가 빠지기는 했어도 한번도 넘어지지 않는다. 

와 망둥어! 예성이가 소리친다. 과연 뻘 웅덩이에 조그마한 물고기가 보인다. 모두 놀랜다. 이렇게 오염된 데에서도 살아남았다니예성이는 기름닦는 일이 지루했던지 고둥을 줍는다.  1시간만에 15마리나 잡았다고 자랑을 한다. 간식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밥도 무료다. 온갖  자원봉사자들이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허기를 채우고 충전을 한다. 누군가를 돕는 누군가를 돕는 ......누군가를 돕는 누군가가 너무도 아름답다. 기회는 항상 있는게 아니다. 오후 4시가 다가오자 밀물이 다가온다. 아득했던 바다가 코앞으로 온 것이다. 거짓말 같지만 현실이다. 모두 뭍으로 나온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화와 우의를 벗었지만 작업때 입은 옷을 버리고 오지 않아도 될듯하다. 소박한 우리에게 옷 한벌은 큰 살림이다.  유난히 튼튼한 장화와 우의, 이번 활동을 위해 기윤실에서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이 장화와 우의를 쓸 기회가 많길 바란다. 기윤실 회원 모임을 봉사활동으로 한다? 정말 Good idea다. 퇴근길 길이 많이 막힌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역주행하여 새치기하는 차도 있다.  새치기 한다고 욕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 또 욕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대다수에게는 지금이 즐겁고 행복 일몰이다. 모두에게 절망적인 환경가운데 희망적인 비젼과 몸짓들을 본 하루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간사님이 힘들까봐 운전을 나눠하자고 청해 본다. 좀 더 힘들면 부탁드릴게요 한사코 사양하는 최간사님, 휴게소에서 우동&커피시간 즐겁고 고마웠다. 예성이는 또 가고 싶단다. 봉사하고 또 봉사하도록 돕는 것은 아주 좋은 교육이다.  

우리 주님의 생각이고 기윤실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