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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

화해의 현장을 다녀와서

2007. 12. 31

아래의 글은 12월 27일(목)에 회원가치마당을 겸해서 진행한 태안 기름유출 현장 자원봉사에 참석한 문학준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후기입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귀한 손길로 함께 해 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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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현장을 다녀와서...


 “ 간사님~ 진짜 사람들 많이 왔네요~ 어, 근데 대부분 교회에서 온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교회 버스며 봉고가 대부분이네요~이거 차가 밀려도 기분 좋은 일 같은데요”
 
 아직 하늘이 어둑어둑한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 4시간 걸려 도착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엔 그야말로 자원봉사자들과 차량으로 인산인해였다. 비가 오지 않았지만 잔뜩 지푸린 날씨 덕분에 태안 바다의 첫인상은 빼어난 경치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침침해 보였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하러 온 우리를 반갑게 환영해주는 태안 주민 봉사자의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를 듣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시커먼 기름을 묻힌 봉사자들의 반가운 인사로 인해 다시금 밝아진 바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먼저 점심을 먹은 뒤에 방제복과 장화, 장갑을 착용하고 마스크를 쓴 뒤, 헌 옷과 천 조각들을 가지고 갯벌로 향하였다. “가는 어디서 온 팀인교?” 우리가 입은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고가의(?) 호랑이표 우의를 알아보신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물어보신다.

 “아, 저희는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에서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에요.”  
 “거, 어딘데에?”   
 “서울 기윤실에서 왔고요, NGO 단체랍니다.” 
 “와, 우린 경산에서 왔다아입니꺼. 반갑네”
 “귀한 일 하러 오셨네요. 그럼 힘내서 수고하세요.”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 말고도 빼곡히 해안가에 희고 노란 선을 만든 봉사자들의 인간띠가 한국교회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욱 힘이 났다.

 우리가 작업할 곳을 천천히 둘러다 보니, 그래도 사고 발생했을 때에 비해 기름이 많이 제거되어서 기름띠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백사장과 갯벌 곳곳에 묻어있는 기름 찌꺼기와 방파제로 쌓아놓은 돌들 위에 새카만 기름띠는 우리가 섬겨야 할 자연과 인간의 화해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우선 갯벌에 흩어져 있는 돌들에 묻어 있는 기름 찌꺼기를 천으로 닦아내었다. 그리고 방파제로 쌓아놓은, 멀리서도 시커먼 기름띠를 확인할 수 있는 큰 돌들을 닦기 시작하였다. 돌조각을 만지는 조각가의 심정으로 돌 사이사이에 묻어 있는 검은 흔적들을 지워내었다. 무수히 쌓여 있는 기름 묻은 돌들을 하나하나 닦는 동안, 멀리서 보았을 때 그저 기름띠 져있는 돌무더기에 불과했던 것들이 나에게 한 가지씩 가르침을 주었다.

 ‘하나님께서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 또한 아름답게 창조하셨다는 것과 창조된 자연이 한 번 파괴되어지면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렇기에 우리 사람을 자연의 성실한 청지기로 부르셨다는 것을, 먼저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은 나부터 화해와 회복의 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힘들기보다 보람되고 즐거웠던 이번 태안 자원봉사는 나부터 이 상처받은 땅이 회복되기를 지속적으로 힘쓰고 관심 가져야겠다고 결단해 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였다.

 “하나님이 나를 만드신 것처럼 만물을 만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