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와 국민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①
※ 이 글은 4월 20일, 평화다방에서 진행된 토론회 내용의 원고를 편집한 것입니다.
발제 2. |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기독시민과 한국교회의 역할 |
양희송 대표 (청어람ARMC) |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과 사회 내에서의 위상과 역할은 어떠한가? 2015년의 종교인구 센서스 결과는 뜻밖에 개신교가 10년 사이에 한국 사회 1위 종교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규모에 걸 맞는 신뢰성과 책임성을 인정받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 괴리현상이 많은 개신교인들에게 고민거리이며, 한국 사회 역시 개신교의 공을 박하게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 (2014.04.16)
이제 3년차를 맞는 이 참사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사태 수습에 있어 무능력함을 드러낸 충격적 사건이었다. 정부나 언론의 문제도 컸지만, 한국교회의 태도 역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일차적으로 고난주간 수요일에 벌어진 이 사건을 신학적으로나 목회적으로 감당하지 못했다. 안산지역의 교회들 안에서도 목회적으로 충분히 감싸안지 못했고, 교계 지도층들이 종종 던진 발언들도 적절치 못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다가가는 자세와 공감과 위로의 언어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용된다는 우려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교회가 보여주었어야 할 우선적 자세는 목회적 접근이고 공감적 태도였을 텐데, 지금도 교회 내에서 ‘세월호’는 금기어로 되어 있는 곳이 너무 많다. 마치 ‘5.18 광주’를 담아낼 적절한 언어와 태도를 형성하지 못한 지난 시절과 유사하다. 한국교회는 한국사회가 통과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사건들 사이에서 정치적 우려를 앞세우기 전에 어떤 태도를 내보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통령 탄핵 (2017.03.10)
2016년 가을부터 거세게 몰아닥친 국정농단에 대한 시민적 분노는 전대미문의 규모로 촛불시위가 벌어지도록 촉발했다. 국민 여론이 80-95%선까지 탄핵찬성이었으니 시중의 공감대는 충분히 모아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개월간 폭력시비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이르렀고,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에 반대하는 측도 거리시위에 나서기 시작하였는데, 주요한 동원의 축으로 일부 대형교회들이 등장했다. 한국 보수 세력의 주요한 축으로 개신교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입증한 셈이다.
개신교의 정치참여는 해방 이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종종 장로대통령을 배출하려는 열망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반공주의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개신교가 정치적 동원 대상으로 활용된 것이 여러 번이고, 부정선거나 불법선거에 연루되기도 했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진보적 교회들이 민주화운동 등에 투신하고, 반정부 투쟁에 나선 역사도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역사는 제대로 검토되거나 숙고되지 않은 채 에피소드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특히나 이번 국정농단의 원인제공자로 꼽힐 최태민은 편법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개신교계를 기반으로 정치적 동원에 나선 전형적인 인물이다. 한국교회의 반성과 다짐이 없어선 안 될 대목이다. 기독시민과 한국교회가 정치 참여의 차원과 이슈를 정돈하지 못하면 결국 한국교회는 신앙이 아니라 정치적 지향이 최우선으로 적용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의 규칙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어떻게 만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할지 생각과 태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기독시민 운동과 한국 교회
나는 교회 그 자체가 사회문제나 정치적 사안의 최전방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고 본다. 교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소신이 크게 다를 수 있고, 이를 모아내는 작업은 매우 서툴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훨씬 원칙의 차원을 다루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신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여론을 모으고, 행동에 나서는 역할은 기독시민운동 영역이 나서주는 것이 전문성의 문제나 지속성의 차원에서 더 나은 방법일 것으로 본다.
문제는 우리에게 충분한 숫자나 규모의 기독시민운동이 존재하는가, 교회와 시민단체 간의 유기적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 이래로 해외선교에 소문나게 열심을 보였다. 이제는 사회선교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사회의 각 영역으로 사회선교사를 파송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기도제목을 서로 나누는 네트워크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교회가 성급하게 나서면서, 목회자들의 사고와 경험치 안으로 사안이 축소되거나, 내부의 공감도 세심하게 얻어내지 못한 채 목회자들의 독단적 판단에 따라 동원되는 양상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갈등과 이견을 다루는 내부의 경험도 없이 사회 내의 분열을 봉합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만용이다.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내부 정비를 해가면서 걷는 것이 필요한 시절이다. 성찰과 혁신을 키워드로 기독시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해 보기를 요청한다.
<참고자료>
강성호, <한국교회 흑역사> (짓다, 2016); 김건우, <대한민국의 설계자> (느티나무책방, 2017).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하나님의 정의> (IVP, 2017),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 (IVP, 2007).
미로슬라브 볼프, <광장에 선 기독교(Public Faith)> (IVP, 2014).
2017/06/08 - 새로운사회와 국민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① - 손봉호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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