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국기윤실수련회 토론회 주제발제
기윤실 운동을 생각하다
주광순 공동대표(부산)
기윤실 운동이 곧 30년이 됩니다. 먼저 제가 어떻게 기윤실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리고 제 신앙에 깊은 영향을 끼친 두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학생 때 시내버스 차장들과 함께 예배하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예배드리면서 보니 시내버스 차장으로 일하는 여성분들은 박봉인 것보다도 위장병, 탈골, 맹장염 등 건강을 해치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사회에서도 이분들을 무시하는 분위기였는데 교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왜 교회도 이럴까 하는 현실이 참 답답했는데 제가 공부하던 총신에서는 그 당시 어떤 탈출구도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기도해라, 사회운동하려면 나가서 해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때 총신에 손봉호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죽으면 천국 가는데 그럼 이 땅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꼬를 터주셨습니다. 그리고 생긴 기윤실은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신앙과 양심이 자유를 얻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윤실에 계속 애정과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분은 이만열 선생님입니다. 이만열 선생님에게서 민족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그리스도인은 코스모폴리탄인 줄만 알았습니다.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만 알았지 우리 민족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만열 선생님을 통해 그리스도인과 민족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다만 기윤실 운동에는 이만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민족의 개념이 강하게 자리잡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입니다.
저에게 있는 고민은 이런 것입니다. 인간들의 선한 의지, 착한 신앙이 정치·경제·문화·국가의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란 무엇인가? 제가 생각하는 기윤실은 그런 고민을 이 땅에 적용하는 운동입니다. 기윤실이 만들어질 1980년대 당시 한국교회는 그리스도교와 예수교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진보적인 신앙을 가졌던 그리스도교(기독교장로회)와 보수적인 신앙을 가졌던 예수교(예수교장로회)로 말입니다. 양 극단을 경험하면서 저희 같은 젊은 신학생들은 해결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럴 때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신앙에 대해 길을 열어주신 분들이 손봉호, 이만열 두 분 선생님과 이분들이 시작한 기윤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윤리운동을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로 나뉘어서 생각해 볼 때 지난 30년동안 기윤실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기여한 가장 큰 공헌은 개인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실천하도록 도전한 것입니다. 그나마 개인윤리는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회윤리는 그닥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윤실이 하는 말이 아편처럼 사람들의 아픔을 잊게 하는 것인가요? 하나님을 뜻을 세워가는 것인가요? 지금처럼 개신교인 숫자가 줄고 ‘개독교’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여기에 대답하는 것이 기윤실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선행과 제도적 변혁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적주권설에 따르면 어떤 영역에도 그리스도가 안 계신 곳이 없습니다. 위르겐 몰트만의 핵심 주장에 시의적절성과 전통 사이 관계 이야기는 대단히 보수적입니다. 기윤실이 몰트만의 아이디어를 좀 빌려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왜 ‘개독교’ 소리를 듣습니다. 이 시대에 대안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해답이 무엇일까요?
기윤실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신론자나 반신론자들에게도 ‘정당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부산기윤실에서는 핵·통일·이주민 문제 등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성경과 신앙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 시대의 비기독교인들이 받아들일만한 것을 해야 합니다. 이 시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우리도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 기윤실은 운동이 아니라 싱크탱크가 된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을 끌어와서 운동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오피니언 리더들을 양육하고 있나요? 30년이 되는 기윤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만약에 정말 싱크탱크라도 잘 하면 이 사회에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기윤실은 이렇습니다. 보수적 전통을 잘 받아들이고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려고 몸부림 치는 곳입니다. 얼마나 우리 기윤실이 그리스도께 가까이 갔으며, 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애쓰는가? 이게 30년 된 기윤실의 과제이며 기도제목이라 생각합니다.
* 본 내용은 2015년 전국기윤실수련회(8/14-15, 부산) 토론회 주제발제를 녹취,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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