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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자발적불편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레터04] 우리 사회의 전기 과소비 원인으로서 밤 문화(조흥식 이사)


우리 사회의 전기 과소비 원인으로서 밤 문화

조흥식 이사(기윤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방위훈련을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으로 대체할 정도로 전기 대란이 오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에너지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회사, 가게 등 모든 사업장에서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만으로 전기 대란을 이겨 낼 수 있을까?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건물과 사업장을 빠짐없이 단속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리고 전기세 요금인상도 문제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절전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시각은 너무 안일하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전기세가 가장 낮다고 하지만 1인당 가정용 전기 소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므로 전기 요금체계 보완과 평균 연봉이 1인당 7133만 원이나 되는 한전의 방만한 경영의 개혁이 요금 인상보다 우선돼야 한다. 섣부른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실마리는 역시 모든 국민 개개인의 절전의식에서 찾아야 한다.

물을 물 쓰듯이 하고, 전기도 물 쓰듯이 하는 풍조를 버려야 한다. 모든 면에서 과소비해도 생활에 지장을 전혀 느끼지 않는 계층의 솔선수범으로부터 빈궁한 생활을 하는 계층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을 단단히 갖지 않으면 결코 전기 대란 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의식에 의한 절전 실천은 역시 가장 필요치 않은데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데서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 지점은 어디일까? 우선 우리나라의 과잉 밤 문화를 과소화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그들이 한국에서 놀라는 게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는 지정된 지역이 아닌 도시의 웬만한 곳에서 24시간 불을 밝혀 술을 팔고 대중 사우나를 즐기는 것을 보고도 아무 제재가 없다는 것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찬란한 교회 십자가 네온사인이 너무 많다는 것에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 중 크리스천 외국인은 한국 사회에서 악과 선이 공존하면서 교회가 악을 그대로 두는 불가사의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되묻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십자가 네온사인이 밤 문화를 정화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가슴 아파 한 적이 너무나 많았다. 물론 이 마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밤은 하나님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주신 것이다. 그래서 밤 10시 이후 잠을 자게 되면 밤 1시부터 3시까지 사이에 누구에게나 건강을 잘 유지시키게 하는 물질이 몸에서 생성케 된다는 얘기가 과학적 근거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숙면, 적절한 운동과 섭식, 친밀한 대인관계, 끊임없는 기도생활이야말로 영육 간에 강건함의 기초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충분한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전기 과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밤 문화를 대폭 줄여야 한다. 밤 문화를 통해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 그리고 밤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 가운데 크리스천은 우선 누구보다 빨리 여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 밤 문화가 지배한 소돔과 고모라 성에서 하루빨리 탈출해 십자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오손 도손 지내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일찍 퇴근하도록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을 줄여 준다고 하더라도 밤 문화가 활개 치는 한 가정에 일찍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게 돼 다음 날 생산성에도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총체적인 밤 문화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절전의 효과와 함께 가정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찍부터 서구 선진국들은 세금으로 밤 문화를 다스려 왔다. 밤 영업에 대한 사전 규제 대신, 사후 고율의 세금으로 조절하였다. 누구나 밤 영업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되, 낮 영업 보다 심야 영업의 경우 영업해서 번 이윤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여 스스로 영업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일찍 가정에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밤에는 충분히 자도록 국민을 적절히 인도한 것이다.

전기 과소비 원인이 되는 밤 문화를 낮 문화로 전환시키는, 다시 말해 어둠의 문화를 빛의 문화로 개조시키는 일이야말로 전기 대란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렇다면 십자가 네온사인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것도 절전의 한 방법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문의 | 박진영 간사 02-794-6200, loverli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