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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원자력-제8회서울환경영화제 <핵의 귀환>감상후기


지난 3월 말 일본에 불어 닥친 재앙은 쓰나미와 지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생이별한 가족들의 슬픔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들의 고통으로 계속되었다. 그러나 더욱 큰 두려움이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일본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두려움의 중심에 있었다. 20대 한 회사원은 기류의 흐름이 한반도 쪽으로 바뀌었다며 지인들에게 ‘쪽지’ 배포하여 불안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었다.(동아일보 2011.3.17) 보이지도 않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공기 같지만 그 결과는 너무 다른 방사능의 공포가 국내외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창문과 문을 꼭 걸어 잠그고 화창한 봄날을 누리기는커녕 겨울보다 더한 공포로 떨어야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 정도 지난 요즘,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이미 무뎌진 듯 하다.

지난 23일(월)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에 다녀왔다. 다른 작품들도 많았지만,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원전관련영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핵의 귀환>은 원전설립자와 원전반대자의 인터뷰와 체르노빌 및 폐쇄원전 현장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아 보다 원자력, 즉 핵의 문제에 대해서 생생하게 전달했다.



<핵의 귀환>은 원전건설주와 함께 ‘원자력을 찬성하는 환경주의자’의 목소리도 함께 담았다. 그들은 원자력이 위험하지 않으며 경제적인 친환경에너지임과 동시에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실수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당시 거주인구 5만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서유럽은 낙진피해를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25년 전 사고로 인해 유령도시가 된 체르노빌은 현재까지고 상당히 높은 방사능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최초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영국 셀라필드의 콜더 홀 원자력발전소는 47년 동안 사용되고 지난 2003년 그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이 콜더 홀 원자력발전소는 전력 생산 당시보다 폐쇄된 지금,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운영당시보다 훨씬 많으며 ‘핵폐기물 처리 기간이 120년이 걸린다’는 발전소 관계자의 말은 충격이었다. 덧붙여 각 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현실도 보여주었다.

원자력발전은 ‘탄소의 불꽃을 피하려다 플로토늄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이라는 경고가 기억에서 쉬 사라지지 않는다. 효율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성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그 결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후대와 후후대, 그리고 후후후대까지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고통의 결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 밖 어디쯤일지도 모르겠다. ‘혈과 육에 대한 싸움’이 아닌 대기와 토양 온 자연에 퍼져있는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의 싸움의 결과란..... 상상조차 두렵다.

더욱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알 수 있는 것은 원자력의 통제불능 시한폭탄과 같다는 것이다. 원전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이 지난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2달이 지나도록 복구는 커녕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대피기준과 피해지역에 대한 정보제공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애먹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는 원자력이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성질임을 잘 나타내 준다.

그렇다면, 고갈되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것일까. 대안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에너지전문가에게 맡기고서라도, 지금 여기서 작게라도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보면,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까’,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된다. 실내적정온도 유지하기부터 텀블러 사용하기. 손수건 갖고 다니기 등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소중한 에너지들을 검소하고 절제하는 삶의 태도로 아낄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교회들이 주보만 재생용지로 바꿔도 연간 2만2천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 이와 관련된 기윤실의 재생종이사용 운동 역시 윤리적 에너지 소비 차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생종이 너는 누구냐 ? (Q&A)
교회별종이사용실태조사(진행중)
지구를 생각하는기독인을 위한 재활용장바구니
기윤실텀블러






자전거를 이용해 선풍기와 전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체험 중


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시대에 ‘덜 쓰자’ 혹은 ‘바르게 쓰자’는 외침은 결국 삶의 불편을 만든다. 그러나 지금 나의 작은 불편은 하나님이 말씀으로 지으신 이 창조세계를 돌보는 모든 인류에 대한 소명의 성취로 이어질 것이고,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복의 씨앗으로 심겨질 것이다.

  

* 원자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다카기 진자부로, 녹생평론사
http://www.enerpol.net/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http://www.kfem.or.kr/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