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선상의 사람들(시131편)”
이동원 이사장(지구촌교회 원로목사)
2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3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다윗이 젊은 날에 시편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치열한 자기 인생의 시기를 비껴가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석양녘에 고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131편 1절 하반부에 ‘내가 큰일과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는데 치열하게 목회를 하던 시절에 저 자신도 설교해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를 섬기고 성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어쩌면 저에게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비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요즘 새롭게 시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전제시를 하라고 했는데 비전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단어이고, 우리를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인데, 현재 한국교회는 이 비전이 욕심과 탐욕으로 둔갑해버려 받은 고통과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오히려 탐욕과 비전 사이의 선을 그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편에 관심을 갖도록 깨워준 중요한 책이 있는데, 헨리 클라우드와 존 타운센드가 공저한 바운더리스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는 ‘울타리’ 또는 ‘노라고 말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정직한 자기 한계의 수용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비전은 너무 자주, 너무 쉽게 탐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책입니다. 사회활동 한복판에서 선긋기 바운더리는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죠.
다윗도 한 시점에서 아마도 이런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성전을 짓고 싶은데, 하나님이 노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것이 내 비전이니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뜻을 받아들이기 위해 하나님의 노 앞에 순복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여전히 다윗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불러줄 수 있는 이 고백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땐 아이가....’ 고요와 평온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샬롬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진정한 샬롬을 위해서, 참된 평화를 위해서 교회를 찾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편은 더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빌립보서 4장 13절(내가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이 산업화 시대를 겪은 우리나라를 대변하고 있고, 오랫동안 이 구절을 붙들고 매달려 왔는데, 우리들은 두 구절 앞인 11절 말씀을 간과해 왔던 것입니다. 두 구절 앞인 11절에 보면 ‘모든 것에 자족함을 배웠다’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내가 배부름에도 배고픔에도, 궁핍함에도 풍부함에도 자족의 비결을 배웠다는 이 구절을 우리는 배고픔이 배부름으로 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승리할 수 있는 교훈을 취하지 못한 것이죠. 대신 우리가 그것으로 인해 지불한 것은 윤리적 실추와 타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시편 131편의 마지막 구절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말씀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돈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분이 만족이 되고 그분이 희망이 되고 그분이 우리의 피난처가 되고 내일이 되는 한국교회를 위해서 마음을 모을 수 있고 기도할 수 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지혜가 부족해도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겸손함을 모을 수 있다면,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하나님께서 써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우리 모두를 주 앞에 다시 세우는 말씀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 녹취/정리 : 최홍섭/조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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