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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

사회적 그리스도인을 말하다 첫번째 이야기 - 섬기는 리더십을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

사회적 그리스도인을 말하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 안에 이미 모든 의미가 표현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삶은 이미 사회를 돌아보고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는 삶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모습에는 그 ‘사회적’ 인 것이 빠져 있는 듯 허전하다. 기윤실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다음세대를 고민하며 바로

‘사회적’ 리더십, ‘사회적’ 그리스도인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섬기는 리더십을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
: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모으고 대신 말해주기

권선필 교수(목원대학교 행정학과)

  크리스천 리더십의 핵심은 요즘에 유행하는 표현으로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섬기는 리더십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를 생각하면 이는 너무도 분명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죄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철저한 순종과 헌신으로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죄인을 섬기는 모범”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10장 42-45절에 나타나 있는 집권자와 종의 비교는 너무도 생생하게 크리스천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적 리더라 할 수 있는 이방인의 집권자들은 사람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권세를 부린다. 이러한 세상적 리더들과 다르게 크리스천으로서 크고자 하는 자나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예수님은 선언하고 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예수님의 말씀에 나타난 종의 모습이 크리스천 리더십의 핵심적 특징을 말한다면, 이러한 리더십은 세속적 리더십과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manager) 혹은 조직자(organizer)로서의 세속적 리더십과 봉사자(servant)로서의 크리스천 리더십은 지시(telling)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listening) 것, 선택적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 그리고 자기희생이라는 세 가지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째로 섬기는 자로서 ‘종이 된다’ 함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요구를 기준으로 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주여 말씀하시옵소서 종이 듣겠나이다.”라는 사무엘의 말처럼 종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종이 듣는 사람이라고 할 때 그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나?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하나님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앞에서 본 마가복음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크리스천 리더십은 ‘모든 사람’을 섬긴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오해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리더로 설 경우에 우리는 생각으로나 혹은 실천으로 나와 같은 사람 혹은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으뜸이 되는 교회는 자기 교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도 섬기고 교회 다니지 않는 비신자도 섬겨야 진정한 으뜸이 될 것이다. 으뜸이 되는 리더는 자기가 이끄는 구성원들을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이들 구성원들의 성과가 조직과 관계된 외부 사람들에게도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로, 크리스천 리더는 자기 목숨을 다른 사람의 대속물로 내주어야 한다. 첫 번째로 얘기한 크리스천 리더의 특징이 들어주는 것이라면, 세 번째 특징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서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의 재능과 물질까지 들여서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는 ‘자기 희생’의 요청이다. 간디는 “우리는 우리가 세상에서 보기 원하는 변화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You must be the change you wish to see in the world.)”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네 자신이 평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상에서 공평과 정의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이 공평과 정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부정한 세상에서 부정하지 않는 사람은 부정으로 인해 생기는 부나 편리함 그리고 만족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듣기, 모든 사람을 배려하기, 그리고 자기희생을 실천하는 리더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현장은 대화 혹은 회의 상황이다. 사회에서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대화인데 그 대화 상황에서 크리스천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얘기한 크리스천 리더십의 세 가지 특징을 대화 상황에 적용해보자. 우선 크리스천 리더들은 말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듣는 대상을 최대한 많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모든 참여자들이 의미 있는 어떤 것으로 정리해 내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하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도구로 자신을 내주는 희생을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지역감정으로, 세대차로, 이념으로 사회적 분열이 극심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다원화되고 파편화된 집단들은 서로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외치고 나아가는 이러한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로는 사회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룰지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실천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크리스천 리더십이 마치 빛과 소금처럼 간절히 필요한 시기이다.

* 본 글은 기윤실 열매소식지 '신뢰의 여정' 2009년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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