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강영안 교수의 '현대적 십계명 강의'

“생명·정의·배려… 21세기적 가치들 십계명 속에 있죠”
강영안 교수의 ‘현대적 십계명 강의’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십계명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 것은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비롯됐습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사람의 언약으로 믿는 십계명은 현대의 신앙인들이 현실에 적용하기에 다소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강영안(철학·사진) 서강대 교수는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는 ‘십계명의 귀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강의를 서울 중구 남산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진행 중이다(27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319-5600).

강 교수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십계명 강의의 동기를 이같이 밝히면서, 반성해야 할 한국교회의 문제를 “입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삶에서는 믿음의 열매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실제로는 하나님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고, 다른 생각,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지 않는 것이 두 번째이고, 성공과 번영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세 번째”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무신론’, ‘종교적 배타주의’, ‘물질적 성공주의’로 이름을 붙일 수 있겠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계명 중의 계명인 십계명을 오늘 우리 삶의 상황에서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하고, 그 계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걸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십계명을 크게 네 측면에서 보았다. 그는 먼저 “십계명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우상주의”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우상도 멀리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물질, 성, 권력, 국가, 민족을 현대의 우상으로 들었다. 그는 “우상은 사실 우리 자신의 욕망이 투영되어 만든 신”이라면서 “우상은 우리를 지배하고, 굴복시키고 결국에는 존귀한 인간성 자체를 죽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참되게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진정한 인간 회복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강 교수는 ‘안식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노동은 인간성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노동만이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십계명은 쉼의 중요성, 비움, 휴식, 침묵 등의 가치를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쉬기는 쉬되, 타인과 더불어 쉬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안식에 관한 계명”이라고 해석했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생명 존중 사상입니다. 죽이지 말라는 것은, 말을 바꾸면 생명을 존중하고 돌보라는 계명입니다. 그러나 전쟁과 지배, 죽임이 지금까지 문명을 지배해 왔습니다. 21세기에 필요한 생명, 평화, 정의, 배려, 책임, 나눔 등의 가치를 우리는 십계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그는 “십계명은 타인의 명예와 재산, 가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철저하게 타인의 삶을 생각하고 배려함이 인간됨의 의미임을 십계명은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 윤리는 단순히 도덕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변화, 존재 변화와 더불어 복음에 따른 삶의 열매를 맺는 것이 기독교 윤리입니다. 삶의 열매를 챙겨볼 생각으로 청년들과 함께 십계명을 다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 이 강의입니다. 그래서 ‘십계명의 귀환’이라고 한 것이지요.”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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