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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부정청탁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산다 (신동식 본부장)

부정청탁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산다 (신동식 본부장)

 

 

 

부정청탁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산다

 

글 _ 신동식 본부장(정직윤리운동본부, 빛과소금교회 담임목사)

 

 

 

요즘 상상을 초월하는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한 대형교회 직분자이며 법조 선교회 소속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들으면 참으로 우울하다. 세상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 유사 그리스도인을 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부정과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직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과 부패를 통하여 얻은 성공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저주이다.

 

지금 사회는 좀 더 정직하게 살고자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는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5월 9일에 입법예고 하고 9월에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법의 내용에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으며,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은 5만원으로 정했고, 경조사 비용은 10만원이다.

 

일반 국민의 눈에는 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법의 시행에 앞서서 많은 저항을 받고 있다. 일부 직능단체가 법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인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우선 하는 생각이 앞서고 있음을 본다. 더구나 이러한 반대에 일부 정치인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하다.

 

정말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국가 경제가 위축될까? 아마도 당분간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각으로 보면 국가 경쟁력에 큰 힘이 된다.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김병연 교수는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 중에 부패지수가 더 높은 국가는 하나도 없지만 우리보다 소득이 월등히 더 낮은 나라가 부패가 더 적은 나라는 150여 개국에 달한다. 그러면서 부패정도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만큼만 되어도 경제성장률이 1% 가량 증가할 것이다. 성장률이 1% 증가하면 일자리가 10만개 증가한다”라고 했다.

 

결국 국가 경제의 성장을 위하여 부패지수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침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개정 없이 이 법은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 기독교인들의 책임은 없는지 물어 보아야 한다. 김병연 교수는 수십 개국의 부패문제의 원인을 연구한 트라이즈맨의 보고를 인용하면서 개신교를 믿는 숫자가 증가할수록 부패는 감소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한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수적 증가가 부패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국 교회 스스로 정직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이원론적인 신앙에 물들어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성공하고, 부자 되고, 성장하면 존경 받고 교회의 리더가 되는 이러한 악순환 가운데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정직한 삶에 대하여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종 교회 정치의 현실에도 부정 청탁과 부패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가장 정직하여야 할 지도자들이 가장 세속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이 교회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여 김영란 법의 처음 취지대로 스스로 규제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교회가 먼저 부패의 기회를 박탈한다면 사회는 교회를 존중하고 따라 올 것이다. 이것이 교회를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일이다.


 

* 이 글은 2016년 5월 23일, 기독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