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메시지] 빛 권하는 사회, 빚 갚아주는 교회(정병오 본부장)

 

 

 

빛 권하는 사회, 빚 갚아주는 교회

 

글 _ 정병오 본부장 (사회정치윤리운동)

 

 

십 여 년이 넘은 것 같다. 교회 내 한 가정과 상담을 하다가 그 가정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가정은 많은 빚을 안고 있었는데, 그 빚 가운데는 은행 대출 외에도 카드 현금서비스 대출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은행 대출은 이자가 낮아 그나마 괜찮았는데 카드 빚의 경우 이자가 높아 매 달 카드 돌려막기를 하지만 빚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기적인 수입이 있지만 늘어나는 빚을 막을 수가 없어 절망감에 눌려 있었다.

 

누군가가 카드 빚을 은행 대출로만 바꾸어주기만 해도 카드 이자내던 그 돈으로 이자와 원금을 조금씩 갚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가정이 바로 ‘그 누군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우리 가정에 그 가정의 카드 빚을 갚아줄 정도의 목돈이 있어서 그 돈으로 그 가정의 카드 빚을 다 갚아주었다. 대신 그 금액에 해당되는 적금 통장을 내 이름으로 개설하고 그 가정에게 3년 동안 적금을 적립하게 했다. 그 가정은 그 동안 카드 빚 이자 갚던 그 돈으로 월 적립금을 착실히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카드 빚 문제가 해결되자 나머지 은행 빚도 갚기 위해 더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갔다.

 

결과적으로 우리 가정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물론 이자에 해당되는 금액의 손해는 있었지만) 그 가정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었고, 그 가정은 자존감의 손상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카드 빚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우리 가정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도 빚으로 고민하는 가정이 있을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도울 수가 있었고 지금도 돕고 있다.

 

전지구적 소비상업주의의 영향으로 한국사회도 빚이 일상화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수입보다 더 많은 소비를 권하는 풍조로 인해 자신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빚을 지게 되고 결국 빚에 눌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칫 신상이나 직장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빚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교회 내에도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눌려있는 사람들이 많고, 교회는 목회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소비를 줄여서 빚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경적임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빚에 눌려있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교회 내에서부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에서 내가 제시한 방법은 하나의 실천 사례이고, 교회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지 않게 또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방법으로 빚진 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좋은 사례들을 공유함으로 자발적으로 실천하기를 원하는 교인들이 실천해가도록 격려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는 교회 재정의 일부를 교인들의 부채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주위에서 조금만 지원을 해 주면 스스로 빚을 갚아갈 수 있는 의지가 있고 상황이 되는 교인부터 돕는 사례를 만들어가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과 기금이 축적이 되면 그 범위를 교회 밖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mile.seoul.kr)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기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