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당당히 외부 회계감사 받자
이의용 교수(국민대 교양대학, 기윤실 이사)
위험천만한 교회의 ‘돈’ 관리방식
가끔 다른 교회에 가서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강의를 마친 후 사례비를 주는데, 대부분 아무도 없는 데서 ‘은밀하게’ 건네준다. 심지어 출발 직전 승용차 문을 열고 봉투를 차 안에 던져 넣기도 한다. 꼭 ‘뇌물’을 받는 기분이다. 도대체 얼마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가다가 차를 세워놓고 돈을 세어본 적도 있다.
딱 한 번 이런 경험도 있다. 강의를 마친 후 전체 회원 앞에 나오게 하더니 책임자가 사례비 봉투를 전달했다. 피차간에 떳떳해서 좋았다. 물론 강의 섭외과정에서 강사료를 미리 알려줘 ‘궁금증’을 갖지 않아도 됐다.
공공기관은 반드시 사전에 강사료를 협의하고 영수증을 받은 후 온라인계좌로 강사료를 입금해준다. 필자가 영수증을 써주고 교회에서 강사료를 받은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도대체 영수증도 없이 어떻게 돈이 지출되는지 궁금하다. 현금이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칠수록 액수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봉투에 현금을 넣어 직접 전달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방법이다. 강사료 지급 방식만으로도 교회의 ‘돈’ 다루는 방식의 후진성, 위험성을 엿볼 수 있다.
2000년을 계기로 교회의 신뢰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교인들의 교회 불신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이가 많은 교인일수록 교회를 더 불신한다. 주범은 ‘동창회 회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회계시스템이다. 급기야 세계 최대의 교회에서 세계 최대의 횡령사건이 벌어져 한국교회 전체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부흥이 사상누각이 아닌지 전 세계 교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사건으로 사회는 교회를 걱정하고, 교인들은 목회자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로 인해 전도의 문이 닫혀가고 있으니 무서운 일이다.
개신교가 시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신뢰를 잃어가는 사이에 천주교는 추기경의 별세와 새 추기경의 등장, 새 교황의 등장과 주목을 끄는 신선한 활동 등으로 종교인구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 여름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천주교가 개신교의 종교인구를 추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 회계 인증제도 만들자!
안양의 열린교회는 매년 결산공동의회 때 ‘감사보고’를 한다. 외부 회계법인이 교회 회계 전반을 감사하고 그걸 전 교인 앞에서 심도있게 보고한다. 담임목사를 비롯해 ‘돈’을 쓰는 담당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객관적인 감사를 통해 회계시스템은 매년 향상되고 있고, 교회는 교인들과 지역사회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교회의 감사는 인선부터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 교회 내부로부터도 불신을 받고 있다.
교회가 비윤리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교회 내부, 외부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교회 회계시스템을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내부감사를 철저희 하고, 구체적인 회계 상황을 내부와 외부에 공개하는 단계를 거쳐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당당히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다. 교회를 진정 사랑한다면, 개인적인 사욕이 없다면 누구도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교회 회계를 평가해주는 인증제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ISO 인증’이란 게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다양한 국제규격이다. 예를 들면 ISO 9001은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체계가 규정을 따르고 있는지 제3의 인증기관이 객관적으로 평가해준다. 이 인증을 받지 않고는 사실상 사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경영 전반을 이 규정에 맞춰야만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교회도 이러한 인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인증기관이 교회에 적합한 회계 규정을 제시하고, 인증을 신청한 교회의 회계시스템을 심사한다. 인증기관은 교계의 전문가들로 구성하되, 교회의 간섭을 받지 않게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재정은 뜻있는 성도들이 후원으로 가능할 것이다.
이 제도가 운용되면 각 교회의 회계시스템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새로운 신자나 성도들은 인증받은 교회를 더 신뢰할 것이 분명하다. ‘은밀한 돈 흐름’을 속히 멈춰야 한다.
* 본 글은 기독공보 2014년 3월 29일(제2940호)자 4인 4색칼럼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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