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정대표가 만난 사람
- 가정호 사무처장 (부산기윤실, 세대로교회 담임목사)
인터뷰정리_정병오 공동대표
어떻게 하다 보니 지방 강의 2개가 연속해서 잡혔다. 2월 25일(주일) 오후 대구성일교회 교사세미나, 26일(월) 오후 부산한빛대안교육센터 교사 연수. ‘이왕 이렇게 된 것, 25일 저녁은 대구나 부산에 머물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자’ 라는 생각이 들자 1순위로 떠오른 사람이 부산기윤실 가정호 사무처장이었다. 감사하게도 부산기윤실 공동대표로 계신 최현범 목사님이 부산중앙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셨다. 그래서 25일 대구 강의를 마친 바로 부산에 내려가 역사적인(?) ‘초원복국’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부산중앙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가목사님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엔 가목사님과 오랫동안 동행해온 노행종형제도 함께 했다. |
정병오 : 가목사님은 언제 어떻게 기윤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까?
가정호 : 저는 학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했고 이후 신학을 공부해서, 목회를 하면서도 파이디온선교회, 디모데성경훈련원 사역자로 교육 관련 사역이나 강의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오면서 기윤실을 알고 멀리서 지켜봤지만 저에게는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은 단체였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어느 시점에는 탈진이 와서 회의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다음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마음을 지배했습니다. 다음세대를 지원할 목적으로 리더들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함께 갱신해 가기위한 “목회자 100인 포럼” 을 조직해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청어람”을 알게 되어 양희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가졌고,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윤실을 소개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실행위원으로 참여를 하다가, 기윤실 실무책임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습니다. 이후 사무처장을 맡아 올해로 5년째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정 : 기윤실 사역과 연관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자를 맡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가 : 예, 제가 기윤실은 물론이고 시민운동에 경험이 일천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형편인지라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그래서 먼저 부산기윤실 회보 전체를 살피고 정리하면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운동들과 세미나 등의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러면서 사무처장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 :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는데요.
가 : 우선 제대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역사과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분석과 종합을 통해 방향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가치관과 세계관의 재정립 및 운동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독교 운동은 의무감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이슈에 대해 기독교 세계관적의 관점에서 충분히 소화가 되어야 거기서 지속적인 동력이 나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달 정기적으로 한국 교회와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분석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와 포럼을 열어 토론하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하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기윤실에 동참하자고 권하고 허락받아 연합하는 일과 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하는 일이었어요. 기존의 실행위원회에 더하여 연구위원회, 청년연구위원회, 그리고 최근에는 전문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이렇게 자원활동가로 조직된 분이 대략 60-70명 됩니다. 대부분 기윤실 사역이 열릴때마다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 : 목사님이 기윤실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활동한 것은 오랜 시간이 아니지만 기윤실 운동에 대한 안목이나 방향을 잡는 부분에서는 오랜 경륜이 느껴집니다.
가 :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옳지 않은 것들을 보면 견디지 못하는 속상한 마음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79년도 쯤입니다. 파출소, 경찰서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행정보조원이었지요. 당시는 그 일을 급사, 사환이라 했습니다. 도시에 와서 열악한 형편에 공부를 하기 위한 편리였습니다. 그 때 정보1과(301호) 형사들은 부산 민주화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최성묵 목사(부산중부교회)의 설교를 녹취하면서 짜증내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경찰이 부담스러워하고 욕하는 인물이 목사였는데 그 이유가 정권에 쓴소리하고 자기들을 괴롭힌다는 이유였습니다. 시대의 불의를 꾸짖는 최성묵 목사님의 설교를 녹음해 와서는 욕을 하면서 녹취록을 푸는 거예요. 최목사님이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선포했기 때문이었어요.
불의에 대한 갈망이 제게 있었던가 봅니다. 굉장히 희열을 느꼈어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윤실에 속하여 일하면서 굉장히 뜨거운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과거의 일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족한 사람이 기윤실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정 : 기윤실이 2018년 구호로 “약자를 위한 정의, 모두를 위한 공동선”을 잡았어요.
가 : 저는 이 구호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구호이고, 복음의 핵심을 실천적으로 구현하도록 돕는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합니다. 저도 실제로 그런 위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그것은 교회가 가진자나 강자와 함께 교회를 세우려 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라고 봅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약자에게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강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다루어진다고 해도 그들로부터 소외된 연약자들은 늘 있습니다.
사실상 양극화 사회에서 약자는 더 늘어납니다. 교회가 그들, 그런 약자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그들을 주님 섬기듯이 섬기면 위기에 봉착한 교회에 돌파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상은 이를 개혁과 갱신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정 : 이렇게 약자를 위한 정의, 약자를 위한 교회 운동들에 대에 지역 교회들은 어떻게 반응을 하나요?
가 : 부산기윤실에서 제게 사무처장을 맡길 때는 기윤실 사역이 지역교회 가운데 파고들 수 있도록 교회와 함께하는 기윤실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지역교회와 기윤실의 연계를 강화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제가 지역 교회의 목회자이기도 하고 또 지역에서 파이디온 선교회나 디모데 성경연구원 사역을 하면서 지역의 큰 교회들과 연계가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오히려 좀 색다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기윤실이 조용할 때는 별일 없이 후원을 잘 하시다가 오히려 기윤실이 선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부터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 현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약자를 위한 정의와 모두를 위한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교회를 부지런히 찾아내고 진실로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실천적으로 살아내려고 몸부림치는 이들과 부지런히 교감하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 : 기윤실을 하면서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 : 기윤실은 일정한 기준을 가진 조직이지만 회원들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기윤실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기윤실이다’는 자세를 가지고 자기가 속한 가정과 교회, 직장에서 작더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으로 살아내는 기윤실 운동을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윤실이 너무 오래된 단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단체’라고 모두 낡은 것은 어닙니다. 오히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단체가 오래된 새길을 가진 단체일수 있습니다.
오래된 새 길은 복음의 길입니다. 이 새 길을 부지런히 이야기하면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윤실이 진보운동이면서 동시에 복음운동이어야 하고, 사회운동이면서 동시에 교회운동이 되어야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복음의 통전적 이해가 결핍된 상태에서 단지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는 기관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복음과 교회, 기윤실을 향해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열정을 느끼며 그 열정에 전염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회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나라를 향한 동일한 열정에 사로잡히는 역사가 있기를 기원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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