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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2014년 일본연수 - 소감문] 간사이 견문록(박제민 간사)

2014년 기윤실 간사 일본연수

●연수기간 : 2014년 6월 17일(화)~6월 20일(금) (3박4일)
탐방지 : 일본 간사이 지역(고베, 오사카)
방문기관 : 고베대지진기념관, 주식회사 나이스(N.I.C.E), 에스코프 오사카, 가가와 도요히코 기념관, 기타노 공방, CS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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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본연수 소감문]
간사이 견문록

글_ 박제민 간사



시작하며


기윤실에서 일하고 난 뒤 처음으로 가는 해외연수라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개인적으로 일본에는 처음 가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동안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만 가봤지, 비교적 선진국으로 꼽히는 곳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고, 선교나 봉사가 아니라 견문을 넓히고 공부하러 가는 것이라 그런지 이전과는 다른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나는 외국에 나가게 되면 습관적으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거리가 엄청 깨끗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길바닥에 쓰레기가 한 두개씩 떨어져 있었고, 질서를 엄청 잘 지킨다 싶으면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둘째 날 저녁에 오사카 덴바 시장에서 수레를 끌며 재활용품을 줍는 할머니와 마주쳤을 때는 이국에서 만난 익숙한 모습에 왠지 모를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러 곳을 방문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낀 바가 있어 글로나마 적어본다. (거론하는 순서는 방문한 순서와 같지 않다.)





고베 대지진 기념관


고베 대지진 기념관은 건물 자체에 지진 발생일은 1월 17일이 생겨져 있는 등 고베 대지진 당시의 피해상황과 복구 및 재발방지에 관한 노력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이 들었다. 진도에도 세월호 참사 추모관을 건립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 사건의 원인을 적나라하게 전시하여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베 대지진은 자연재해이고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이런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고베 시민들의 노력이 참 인상 깊었다.





기타노 공방


기타노 공방은 고베 대지진 등으로 사람들이 고베 시를 빠져나가 결국 폐교된 학교 건물을 재생하여 장인들의 공방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었다. 원래는 유흥시설이 들어올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멋진 장소로 탈바꿈해 이제는 고베 시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항상 돈을 위주로, 자본주의 일색으로만 생각하면 유흥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의미 있는 것을 찾으면 기타노 공방처럼 훌륭한 재생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은평구도 벌써 몇 년째 옛 국립보건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강남 번화가에 있을 법한 컨벤션 센터나 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학교를 유치하겠다고 한다. 번드르르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지난 몇 년의 과정을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사회적경제를 내세우면서 관련시설들을 입주시키고, 각종 사회단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 약간 활용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곳을 기타노 공방처럼 장인들의 활동공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에스코프 오사카


에스코프 오사카라는 생협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가장 생협 정신에 맞게 운영되고 있었다. 한 가지 의문이었던 것은 왜 저런 역할을 국가공동체가 할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국가라는 것은 허울이고 일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돈을 불리고 힘을 키우는 도구가 된 것은 아닌가! 결국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니 시민들이 생협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봤다. 앞으로 에스코프 오사카는 일본의 여러 생협들과 함께 원전을 반대하며 전기까지 생산해 내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하니 그 담대함이 참 놀라웠다. 


무엇보다 에스코프 오사카는 철저하게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상근활동가는 몇 없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일하고 있었다. 생협의 의사결정도 회원들 중에 뽑힌 대의원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이 왜 세상의 모든 조직이 저렇게 운영될 수 없냐는 것이었다. 한국의 시민운동이 시민 없는 시민운동, 명망가 중심의 시민운동이란 비판을 받은 지 꽤 되었는데, 에스코프 오사카와 같은 생협의 민주적 운영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이스


나이스(NICE, Nishinari Inner City Enterprises)는 오사카의 약간 낙후된 지역인 니시나리에 주거공간 마련을 통해 사람들을 돕는 주식회사였다. 말이 주식회사지, 설립 이후 주주들에게 한 번도 배당을 안 했다고 하니, 사회적기업 내지는 협동조합 같은 곳이었다. 장애인, 노인, 청년들에게 맞춤한 아파트를 지어 제공하여 지역을 활성화하는 곳이었는데, 아이디어가 너무 좋고 집도 좋아서 내가 와서 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 나는 돈도 많고 사람도 많은 한국교회가 (출자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고 꾸준히 생각하고 있었다. 논란이 많은 교회 건축을 할 것이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나눠준다면 사회에도 기여하고, 아주 자연스럽지만 강력한 전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 꿈이 이뤄질 날이 과연 올까?





가가와 도요히코 기념관


고베에서 빈민운동을 했던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님의 기념관을 들를 수 있었다.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님은 일본에서 빈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평화운동, 협동조합운동 등 ‘운동’이라 이름 붙여진 것들은 시작한 분이라고 한다. 일본 기독교가 매우 미약하다고는 하지만, 가가와 도요히코 같은 세계적인 기독교 사상가를 배출했다는 점, 일본 사회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끼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해보였다. 반대로 한국교회는 교세는 크지만 세계적인 사상가도 실제로는 없고, 사회로부터 가면 갈수록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것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CS고베


CS고베(Community Support KOBE)는 NPO를 돕는 NPO를 표방하고 있었다. 1995년에 일어난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고베의 재건을 위해서 우리가 일을 하자는 취지로 형성된 지역네트워크가 모체가 되어 1996년에 생겨났다. 그 후 15년 동안 무려 250개의 주민조직과 지역활동 단체를 지원했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기독시민운동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고, 한 편으로는 1인 단체가 대다수를 이루는 영세한 상황에서 이들의 모태가 되었던 기윤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기윤실이 개별 단체의 성장과 전체 기독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여서 사실 그 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 연수를 통해 방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기왕에 간사이(관서) 지역에 다녀왔으니 기회가 된다면 일본의 동, 남, 북쪽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연수 기회를 마련해주신 실천신대원의 조성돈 교수님과 특히 연수를 갈 수 있도록 흔쾌히 후원해주신 기윤실 이사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연수에서 보고 배운 크고 작은 것들은 기윤실 운동과 한국교회에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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