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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새로운 덕의 목록은 무엇인가?


2006. 12. 27

한신대 철학과 김대오 교수님의 안내로 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분한 배경지식 없이 텍스트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체 갖는 짧은 배움과 충전의 시간이었지만, 간사들 모두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였다. 아래에 감히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오늘날의 도덕적 상황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매킨타이어는 도덕적 다원주의가 극단화된 'Emotivism'(주정주의)로서 설명하고 있다. 즉,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진행하지 않는 태도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논의 가능한 개념들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개념들이 지니고 있는 서로 다른 전통들을 무시하면서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거나 전제의 차이만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만다. 근대의 사유는 필연적으로 이처럼 화해할 수 없는 도덕적 입장들로 환원되어 윤리적 차원에 논의들이란 통약불가능성에 봉착하고 만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근대의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도덕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먼저, 매킨타이어는 근대적 인간, 즉 자유로운 개인을 중심으로 한 계몽주의적 도덕이론 이전의 윤리와 덕에 대하여 서술 한다. 간단히 말해, 사회적 요구를  통해 개인의 역할이 규정되었던 것이 영웅시대 덕이었다면, 아테네 시대의 덕은 인간의 본성, 즉 이성으로부터 발연된 행위였다. 중세시대의 덕은 아테네의 덕이 변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매킨타이어는 근대의 실패이후 새로운 도덕이론의 정립을 위해 돌아갈 곳이라고는 영웅시대 혹은 아테네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니체가 주장했던 것과 같이, 영웅시대의 초인적인 덕의 요구는 오늘날 더 이상 보편적 합리성을 획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매킨타이어가 제시하는 도덕이론은 행위에 담긴 내재적 선(일차적 목적)을 서사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전통 내에서 인정받는 방식으로 행위 하는 것을 요구한다. 개인의 이야기구조와 관계/사회의 이야기구조 간의 복합적인 영향관계 그리고 공유된 가치와 덕의 목록을 의미하는 전통을 통해 비로서 윤리적 행위와 도덕적 논의들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새로운 덕의 목록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은 ‘누구의 정의, 어떤 합리성?’ 등의 저서에서 다루어진다) 마치, 각자의 감정적 선택과 판단을 존중한다는 명목아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주정주의가 형식적으로 덕의 목록을 규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가치들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성 베네딕트와 같이,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새로운 전통을 이루고, 훌륭한 덕성과 가치가 공유되도록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 주장은 여러모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