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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창의상상 일본연수 후기


2008. 2. 17

창의상상 일본연수 후기

                                                                           임희연 간사 / 서울기윤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만났던 호소우치 노부타카 씨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계속해서 머리속에 맴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입니다.”

이 말 속에는 우리도 서로 얼굴을 보이는 사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신뢰를 쌓아가면서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자는 의미가 있음을 우리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5박 6일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이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 내 목표였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이 깨어지고, 더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잘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였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내 편견과 선입견이 어느 정도는 깨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 넓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마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새롭게 느낀 것 몇 가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인이라고 다 친절하지는 않았으며, 일본의 1% 기독교인들이 정말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일본인도 지하철에서 떠들었으며, 식당에서도 술 먹고 시끄럽게 굴기도 하였다. 동경은 서울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았으며(몇몇 곳을 제외하고), 일본 내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에다가와 조선학교 때처럼 조선인을 앞장서서 도와 준 일본인들도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한류로 인해 한국말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으며, くだらない(쓸모없다)라는 일본말은 백제 것이 아니면 쓸모가 없다는 어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본 식당은 밥을 너무 적게 준다고 해서 배고플 줄 알았는데, 많아서 남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JVC에 있는 일본인 간사는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앞장서서 북한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나로 하여금 일본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 것 같다. 막연한 거리감은 사라지고 조금은 친근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립기독교연구소, 에다가와 현민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네트워크, JVC 등 여러 일본 단체들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환대와 성의 있는 답변으로 인해 이번 연수를 통해 우리 단체가 얻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일본 연수 내내 즐겁고 새로운 기분이었지만,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좀 마음이 많이 아팠다. 미리 다 알고 왔으며, 관련된 자료도 읽고 갔지만, 경내를 둘러보며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일본인 스스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들 자신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복음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곳을 둘러보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JVC는 한국에서부터 내가 가자고 추천한 단체 중에 하나였다. 개발 NGO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 내에서도 긴급구호단체가 아닌 JVC 같은 농촌계발 NGO 쪽에는 상대적으로 관심도 덜하고 점점 회원 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여전히 열심히 섬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세상의 또 다른 희망이 아닐까.

CBN에서는 보다 배울 것이 많았다.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윤실에서 교회를 통한 지역 섬김 등의 활동을 해 나가거나 자체적인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사업을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번역된 책과 미팅 내용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내 주기로 했다.

가나가와 현민센터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부러운 곳이었다. 개인 차원에서도 NGO활동이 활발한 일본에서는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그 공간과 시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재정적으로도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반인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관공서만 크게 짓느라 분주한 한국에서도 이런 시설과 공간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한국에 돌아온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어떻게 우리 운동에 접목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행동에 옮기는 것일 것이다. 비록 가고 싶은 곳을 모두 가지는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그 부분마저도 우리들의 “창의 상상”에 맡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는 정말 알차고 유익한 연수였으나 다음 연수를 위해 굳이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우선 교통편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연수 때 후반부에는 거의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건강한 사람도 많은 곳을 둘러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몸이 불편한 분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며칠 정도는 홈스테이를 하면 현지 문화를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어학 공부는 반드시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사전에 미리 익히고 가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연수를 위해 뒤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기윤실에 들어온 지 이제 4개월 차인 나에게 또 다른 감사의 기도제목을 허락하신 하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