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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기윤실 2007 정책평가(감사)보고서


2008. 2. 18

 

기윤실은 1999년 부터 받아오던 회계감사에 이어, 2007년 사역부터는 정책감사라는 차원에서 정책평가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수고해주신 임성빈 정책평가위원장(장신대 기독교와 문화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정책평가보고서는 곧 발간될 2007 기윤실 사역보고서인 [신뢰의 열매]에 함께 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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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기윤실 정책평가보고서

 

2007년 기윤실 정책 및 사업에 대한 평가

임성빈 교수(기윤실 정책평가위원장, 장신대 기독교와문화)

고재길 박사(장신대 강사, 기독교사회윤리학 전공)

사명선언문과 5개 핵심가치에 대하여

기윤실 사명 선언문은 시민운동단체로서의 기윤실운동의 주체와 대상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임을 전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기윤실과 일반적인 시민운동단체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물론 사명 선언문에는 구체적인 운동의 주체와 대상이 생략되어 있음으로 그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성경”, “정통적 신앙”, “복음” 등의 단어들은 기윤실이 기독교적 정체성에 근거한 단체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적 정체성은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을 통해 세상 속에서 신뢰받는 기독교인과 교회가 됨”을 위한 섬김을 운동의 목표로 표명함으로써 더욱 명확히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웃사랑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고유사명을 일반인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타자를 배려하고 환대하는 문화” 그리고 그것을 통한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 건설이 단체의 목표임을 표명함으로써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기윤실의 기독시민운동으로서의 이중적 정체성과 사명은 5대 핵심가치의 설정(정직, 책임, 정의, 평화, 배려)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5대 핵심가치는 기윤실의 차별적 가치관인 성경적 가치를 시민운동으로서의 사회적 공동선을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로 전환하여 제시한 것으로서 기윤실의 ‘기독교’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윤실의 핵심가치와 사명 선언이 구체적인 정책으로서 수립되는 과정과 실천상황을 기독교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평가함으로써, 더욱 기독교적이며, 더욱 사회책임적인 기윤실의 사역을 모색함에 도움이 됨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정책사업평가

1. 선언문 속에 표현된 기윤실의 목표인 “신뢰받는 기독교인과 교회”를 핵심가치인 정직을 기반으로 사업화한 것은 1) 교회 저작권 가이드북 제작 2) 한국교회 신뢰지표개발 3) 시민단체 사회적 책임운동 이다.

1.1 교회 저작권 가이드북 제작에 대한 평가와 고려사항

원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고 타인의 저작권을 우리의 삶 가운데서 지키는 것은 사회통념적으로 재론의 여지가 있을 이유가 없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개인의 창의력에 대한 존중과 법적 보호는 사회발전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교회의 공간 안에서 한국 교회가 보여 준 무분별한 지적 소유권 및 저작권에 대한 침해 행위를 돌이켜볼 때 이 분야에 대한 계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의 소프트웨어의 무단사용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영화를 비롯한 기독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존중은 치명적인 문제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윤실이 이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 사업은 일반 매스컴에서도 긍정적인 관점에서 평가된 바 있음을 고려할 때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마저 들게 만든다. 이 사업은 교회의 도덕성(정직, 신뢰)의 회복과 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장점과 이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하여서도 기윤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본래 저작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WTO 체제 이후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과 일부 경쟁력있는 국가들 중심의 기준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는 결국 저작권 분야(음반, 영상, 서적 등), 금융 분야, 농축수산물이었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세계, 한국) 일각에서는 카피 레프트(Cofy Left) 운동을 하면서 저작권의 공유, 오픈소스 등을 주장하는 운동들이 각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는 기윤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자본의 사업을 보호, 후원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를 파생할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윤실은 “정보의 공유와 네크워크”와 ‘지적 재산권 보호’사이의 갈등 문제에 대하여서도 더욱 민감한 문제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남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남용 -소프트웨어 및 악보의 무단 복사 등- 을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소수 문화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의 이익독점으로 인한 대중의 소외라는 결과를 낳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윤실은 ‘카피 레프트’운동에 대한 성경적인, 기독교윤리학적인 평가와 실현대안에 대하여서도 구체적인 모색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기윤실이 선한 의도에서 시도한 사업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오용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윤실이 지향하는 사업의 방향성과 목적은 저작물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한국교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사용하고 저작권 업체들과의 협정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있음도 적극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정직성이 그 사회 전체를 정직한 사회로 자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회명목론(사회는 없고 개인만 존재한다는)에 근거한 개인윤리에 기반한 운동들이 보여 주었던 한계를 반복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개인의 정직성이 사회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카피 레프트 운동 등과 같은 공동체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대안적 연구와 그것의 신학화 작업이 기윤실 안에서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려된다. 이러한 보완적 연구와 반성을 통해서 이 운동은 보다 책임적인 -이웃과 사회 앞에서- 운동으로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1.2 한국교회 신뢰지표 개발

이 사업은 일반 사회에서 기업이 적절한 지표를 통해서 기업 전반에 대하여 신뢰도를 점검하고, 그것의 피드백을 통한 기업의 도약을 시민들로부터 획득하고자 하는 기업컨설팅을 교회의 영역에 적용한 사업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 한 점은 본 보고서가 이미 밝히고 있듯이 신뢰성 제고가 교회의 건전성을 확립하고 교회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뢰성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신뢰성의 평가 지표(비전과 리더쉽, 조직운영, 사회적 책임, 성도의 삶)를 개발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이미 여러 교회에서 실행한 일과 그것의 결과를 토대로 하여 2008년에는 신뢰성 있는 언론 및 기독교 기관과 함께 “한국교회신뢰회복보고서(신뢰성 지수)”를 발간하겠다는 계획도 그 의미가 큰 중요한 사업계획으로 평가된다.

기윤실은 한국교회신뢰지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분석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였고, 임파워먼트 매뉴얼을 2008년에는 제공할 예정이며 정직한 성도․신뢰받는 교회를 만드는 30일 묵상교재를 만들고 출판 준비 중에 있다. 이것은 기윤실이 지향하는 바, 교회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회복시키고 그 결과 교회가 일반의 교회 성도들과 한국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사업 역시 교회 저작권 관련 사업과 함께 기윤실의 사명 선언과 핵심 가치의 설정에 맞는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의 핵심에는 ‘정직’이라는 핵심가치가 자리한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개인윤리차원을 넘어 사회윤리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서는 보완되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예컨대 한국교회신뢰지표는 “사회적 책임”의 지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사회복지(지역사회봉사, 교회시설공개, 장애우 사역, 구제활동), 타 기관과의 협조, 사회정의구현의 사역 등으로 나누고 있다. 물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앞서 언급한 3가지 사역의 종류로 제한할 수 없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곧 교회의 사회적 책임은 정치영역을 포함한 광의의 영역을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본 지표에서는 이러한 광의의 사회적 책임의 영역은 한국교회신뢰지표에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함이 이 신뢰지표가 더욱 신뢰할만한 지표가 됨에 필요할 것이다. 과연 정치영역에 대한 부분은 지표로 만들어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사실 그리스도인의 건전한 정치의식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에 대한 요소도 우리들이 보다 더 하나님나라와 한국사회에 대한 책임적인 관점을 견지한다면 충분히 객관적인 질문들을 통해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투표에는 꼭 참석하는가? 아닌가? 바른 정치인이 갖추어야할 중요한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시대의 정치적 가치실현의 방향은 성경에 적합한 가치인가? 등등이 그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는 교회를 당파적인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신뢰받는 교회와 기독시민이 되기 위하여서는 복음적인 가치에 바탕한 책임적인 정치의식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삶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인다.

한국교회신뢰지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개인윤리 차원에서의 운동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신뢰지표의 항목 보완과 확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된다. 한국 교회와 사회의 정치과잉 현상을 고려할 때 매우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예컨대 정치 영역에 대한 보완과 함께 기윤실이 “한국 정당 신뢰지표 구성도”를 만들어 봄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을 선거 시기에 각 교회들에게 지표로 던져준다면 이러한 운동은 이전에 우리들이 이미 경험했던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공선협”의 “공명선거운동”에서 진일보한 바른 선거 운동의 구체적인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3 시민단체 사회적 책임운동

이 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선언문과 핵심가치 부분에 나오는 “정직성”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위의 두 가지와는 달리 이 사업의 특징은 운동의 대상을 기윤실의 외부(기독교인들, 각 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기윤실)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기윤실이 기윤실 스스로를 운동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변화와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운동의 주체가 바로 운동의 대상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스스로 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신선한 운동이자 사업이라고 평가된다. 실제로 이것은 복음과 성경의 진리, 정통적 신앙에도 적합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왜냐하면 일반 사회운동 단체의 한계는 운동의 대상을 항상 외부에서만 설정하고 운동의 주체인 자기 자신을 대상화시켜서 보다 객관화된 자기 -모습(self-image)을 만들어 가는 일에 소홀히 함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자기 반성의 부족은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생명인 대사회적 신뢰도의 추락을 동반하기에 치명적인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매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 역시 인간들에 의하여 시도되는 운동으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운동의 주체가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특별히 도덕성의 차원에서- 자기를 객관화시키는 일은 매우 필요하고 성경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한 의도는 갈등관계가 상존하는 사회구조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됨에 항상 유의하여야 한다. 예컨대 일부 언론들은 기윤실이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시민단체 내부에서 자기개혁운동이 일어났고 시민단체 정풍운동이 시작되었음을 나름의 시각에서 평가하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하에서 정관계로 진출한 적지 않은 전직 시민운동가들에 대한 세간의 비판적 평가와 함께 기윤실의 자기 반성운동은 시민운동 전체의 신뢰도 추락을 가속화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대부분의 시민운동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사실 이 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매우 건전한 것이다. 기윤실은 “시민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감소하고 불신이 증대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하였다. 교회를 대상으로 개혁을 외치고, 정치권을 대상으로 개혁을 외치던 시민운동단체가 스스로의 개혁을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회를 대상으로 한 개혁운동에서 절감하였듯이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도 많은 희생과 아픔이 동반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과 아픔이 ‘미래의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을 위한 과정적인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윤실의 또 다른 핵심가치인 배려(care & Hospitality)와 평화(Peace & Communication)을 동반하여야 할 것이다. 기윤실이 꿈꾸는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를 함께 이루어 나갈 연대(solidarity)의 동반자인 동료 시민운동단체 들과의 꾸준한 소통 및 협력을 위하여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1. 4. E-LAND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한 평가

이 사업은 선언문에 나오는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와 핵심가치의 “정의, 평화”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일단 생각할 수 있다. 목적가치에 부합한 사업의 구체적인 실천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대사회적 이슈로서 한국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사건 -노사갈등의 현장 속에서 발생한- 에 직면하여 기윤실에서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목적으로 조사단을 만들어서 보고서까지 만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가치인 “배려”의 일차적 대상을 누구로 보았는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기독교 사회윤리적으로 보았을 때 사회분석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사회분석 자체가 세계화와 기업경쟁력의 강화, 노동의 유연성 등과 관련된 거시적인 안목과 한국적 노사관계와 이랜드라는 기업의 특수성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적확한 상황분석은 결국 입장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나게 만든다.

예컨대 이랜드 노사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따라 보는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한 명의 성실한 성공적 기독 기업인으로서의 박성수 사장이 비난받고 있는 개인의 곤경을 해석하고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화 및 지금의 한국사회의 큰 문제로서의 비정규직의 문제 또는 사회양극화의 문제의 관점에서 생존권의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의 비명이라는 관점에서 이랜드사태를 볼 것인지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낳게 한다.

이러한 복합적 정황을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기독교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태적합성(사태부합성)과 인간적합성(인간부합성)의 기준은 경제문제를 다루는 기독교사회윤리에서 매우 중요한 윤리적 기준이다. 사태부합성은 일반적으로 사건의 객관적인 진행과정에 대한 기술과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효율성의 원칙에 둔다. 한편, 인간부합성은 그와 같은 사태부합성의 결과, 경제의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실행한 구체적인 행동들이 실제로 사람들의 실제의 삶에 선(행복, 정의, 평화)을 가져왔느냐를 점검하는 것과 관련된다. 요약하면 사태부합성은 존재(Sein)의 영역이며 인간부합성은 당위(Sollen)의 영역인데 경제는 속성상 효율성을 계속 강조할지라도 철학, 윤리, 신학의 영역은 공동선의 관점에서 경제를 지속적으로 비평한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 아래에서 경제적 효율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실행한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문제가 실제로 인간의 삶을 더 정의롭게 하는 데, 인간의 삶에 보다 큰 행복과 평화를 심는 데 크게 기여하였는가에 대하여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윤실의 진상조사단은 어떤 종류의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이랜드 사태를 조사하고 평가하였는지 스스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은 기업주도 노동자들도 동일하게 사태부합성과 인간부합성의 원칙 위에서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과제이다.

1.5. 기독교윤리연구소의 활동에 대한 평가

기독교윤리연구소의 활동은 사명 선언문에 나오는 “생명”의 공동체 부분과 핵심가치에 나오는 “책임”의 부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사업으로 생각된다. 특별히 연구소에서 다룬 “안락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은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그 시기와 의미가 매우 적절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학문적인 활동으로서는 공공신학 전문가의 집담회를 들 수 있는데 이 또한 한국사회에 대한 신학의 공공성의 역할과 기여도 부분에 인식을 공유하고 그것을 시민운동단체의 안에서 소개하는 장을 가졌다는 것은 기독교시민운동단체의 신학적 출발점을 더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기독교윤리연구소가 기윤실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이제부터 더욱 신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두번의 토론과 보고서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 “사회적 이슈발굴 기관”으로서의 기능, “정책개발 기관”으로서의 기능, “사업의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기능 등등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은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를 둘러 볼 때 연구소가 할 일은 많다. 예를 들면 한미 FTA 문제, 교회의 사교육 기관과 관련된 대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검증, 교회와 부동산 등의 문제 들이 있다. 얼마 전 방송 공중파에서는 특정 기독교지도자들의 사치 문제(외제차, 호화 사택), 성직자의 납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회에서 문제들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본 연구소에서 사회문제화 될 수 있는 이슈들을 먼저 설정하고 자기 -비판적 개혁의 소리를 교회를 향하여 외친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6. 아프간 사태 자료집 발간

본 사업은 선언문의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에 근거하고 있고 핵심가치에서는 특별히 배려의 가치와 관련되어 이 가치들을 잘 반영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특별히 인질로 잡혀있던 기간 중에 두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고 이에 대한 교회와 사회의 반응은 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교회의 단체들 속에서도 일치하지 않은 해석과 평가로 인한 사회적 아노미의 상황 속에서 본 자료집의 발간은 여러 문제들을 보다 성경적인 입장에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집의 발간을 계기로 한국 기독교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사회봉사와 해외선교에 대한 바른 균형 잡힌 시각이 형성되길 간절히 바란다. 복음은 “하나님의 큰 구원”(창 45)의 소식으로서 단순히 개인전도 또는 사회봉사의 차원으로 제한될 수 없다. 하나님의 큰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복음은 개인의 영혼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 해결까지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그 안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행하는 선교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면 우리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이 되신다.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들과 교회를 통해서 행하시는 선교의 내용이 개인을 변화시키는 과제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의 모둔 문제를 복음의 영향력 아래에서 “새로운 질서”를 갖출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 속에 있는 교회는 단순히 일반 종교 단체들 중에 속하는 하나가 아니라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의 질서를 예시하는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임을 우리는 알고 행동해야 한다. 개인전도와 사회적 책임은 교회의 선교적의 과제의 두 가지 핵심사항들이다. 이것은 새의 양 날개로서 균형을 잡고 선교하는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기윤실은 한국교회의 선교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의 큰 구원의 통전성을 회복하고 전하는 사역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항상 교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1.7. 창의여성리더십 운동에 대한 평가

선언문과 핵심 가치에 따라 “정의”와 “배려”의 영역을 반영하는 기윤실의 사업으로 평가된다. 정의로운 분배의 기초 위에서 나타나는 교회와 사회 내에서의 실질적인 평등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몸으로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이 많은 한국의 현실 속에서 본 사업이 갖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의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교육을 통해서 여성들은 자기 안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그들의 삶을 보다 활기 있게 만들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의 긍정적인 결과를 이미 잘 드러낸다.

사업의 보다 큰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본 사업의 범위는 더 확장되고 연구의 정도는 더 심화될 필요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여성들에 대한 연구만으로 공부가 진행될 때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일반 여성학에서 이미 이루어진 결과물들을 선별적으로 택하여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독교 여성신학에서의 관점도 선별적인 학습을 통해서 창조적인 교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부는 한국 교회와 사회가 보다 필요로 하는 여성상을 회복하고 회복된 건강한 남성들과 함께 더불어 온전히 회복된 인간의 형상을 이루어나가는 참된 인간성 회복의 운동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회복된 여성의 위치와 활동이 한반도 내에서 통일을 이루어내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함께 연구된다면 이 운동은 교회의 평화만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총평

기윤실은 ‘기독시민운동’으로서의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이 사명선언문과 5대 핵심가치를 통하여 분명히 표명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에 따른 주요 핵심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음도 확인하였다. 또한 기윤실이 앞으로 심화시키고, 보완하고, 확장하여야 할 영역도 확인하였다. 그만큼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보다 크고, 넓고, 깊고,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윤실은 복음적 정체성을 성경과 정통적 신앙위에 세우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기윤실은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때로 기윤실의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과 연대성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2007년은 기윤실에게 여러 의미에서 교회와 교인 지향적 운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조직 구성과 활성화를 치중해야 했으며, 외부적으로 한국 교회는 대사회적 신뢰도의 급격한 추락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적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점차로 기윤실은 그간 형성된 교회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역할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물신주의의 편만함 등의 사회현안에 관심하며,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 공동선’, 즉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 를 지향하는 ‘전문성 있고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시민운동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민운동이 되기 위하여 기윤실은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기획하여 실천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와 세상과의 네트워크, 교회와 세상과의 친구 되기, 교회와 세상과의 다리 되기라는 주제 하에 예컨대 ‘지역사회 공유 공간 갖기’, ‘지역사회 공론장 만들기’, ‘지역자립 에너지 마을 만들기’ 등등이 그것이다. 이때 교회공간을 지역사회와 나누기, 교회공간을 지역사회 코뮤니티센터로 개방하고 제공하는 운동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많은 교회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공부방’과 ‘북까페’ 등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윤실은 기독신앙인과 교회의 복음적 정체성을 사회적 책임으로 연계하는 성경적, 신앙적, 신학적 토대와 함께 구체적 방안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사역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섬기는 기윤실의 주요한 과제는 자유와 창의성에 대한 우선적 존중을 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책임에 관심하는 개인윤리와 배려와 나눔과 평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공동체적 윤리 사이의 조화다. 또한 가속화되는 지구화의 상황 속에서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트윤리’ -“버리지 못하는 이기주의”와 “버릴 수 없는 이웃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의 관계설정과 모순극복을 위한 연구와 실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윤실의 사명선언과 정직, 책임, 정의, 평화, 배려의 5대 핵심가치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을 매우 적절히 반영하였다고 평가된다. 이제는 이러한 사명을 구체적인 정황 속에서 ‘정직하고 책임있게 정의로운 방법과 배려의 태도로써 실천하여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공동체’로 우리 교회와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결단과 실행의 과제만이 남았을 뿐이다. 기윤실은 이러한 결단과 실행에 더욱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로서의 역할로 부름 받았음을 기억하여, 그 부름에 합당한 정책 과제 선정과 실행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