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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자발적불편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레터08] 마음의 불편과 시간의 불편(조성돈 본부장)

마음의 불편과 시간의 불편
조성돈 본부장 (교회신뢰운동본부, 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 교수)



나는 몇 가지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남들처럼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복지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자원봉사활동은 NGO의 참여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윤실이다. 여러 가지 회의와 행사들을 참여하며 한국교회와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것은 ‘Life Hope.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의 활동이다. 그리고 교계는 아니지만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며 내 마음에 드는 생각은 참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기윤실 활동을 하면 사회의 밝은 면 보다는 어두운 면을 더 보게 된다. 특히 교회를 보면 그 어두움이 더 짙다. 작년 만 해도 ‘한기총 해체 운동’을 진행하면서 참 마음이 불편했다. 교회의 어른이셔야 하는 분들이 여러 가지 비리를 저질렀다. 시작부터 돈 선거가 문제가 되었고, 계속되는 동안 나타나는 여러 불법사례들도 끊이질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추어낼 때면 내 몸의 생채기를 들추어내는 것 같아 많이 아팠다. 그러나 주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프지만 주님의 몸이 이렇게 무너져가는 것을 보고만은 있을 수 없었다. 

자살예방활동을 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는가. 그것도 괴로움 가운데 자신의 목숨을 끊은 이들의 죽음과 마주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자살예방을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은 많이 불편해 한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 서야할 일이라고 격려들을 해 주고, 때로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좋은 말들을 해 준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는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올해 2월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예배를 가진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유가족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아이가 죽었는데 교회가 위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고, 지옥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을 따돌렸다는 것이다. 가장 위로가 필요한 그 때에 교회가 위로를 못 주는 것이다. 교회가 그러면 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는 전달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를 떠나고, 끝내는 하나님을 떠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마음은 항상 불편하다. 

한국교회는 긍정의 신앙이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부자 된 사람도 많고, 대한민국도 이렇게 잘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도가 지나쳐서 요즘 보면 긍정이 신앙이 되었다.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은 신앙적인 것이고, 부정적인 것을 이야기하면 불신앙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교회의 어두운 면을,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신앙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시선과 풍토 속에서 이렇게 윤리운동을 하고, 자살예방활동을 한다는 것은 마음의 불편을 무릅쓰는 일이다. 

런데 어두움을 직시하지 않고는 밝음을 맞이할 수 없다. 죽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결코 생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 운동을 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이 운동을 하면 빛과 생명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런 불편을 감수할 것 같지 않아서 하게 된다. 

이러한 일을 하면 마음도 불편하지만 시간도 불편해 진다. 회의와 행사가 끊임이 없다. 때로 이러한 봉사활동으로 인해서 몸조차 불편해지기 일쑤이다. 쉴 수 있는 날이 없으니 마음도, 머리도 묵직하다. 자원봉사가 짐이 되고, 힘이 든다. 그래도 이 사회를 밝힐 수 있다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기에, 그리고 나보다 더 열심으로 이러한 일에 힘쓰는 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기에 이러한 불편이 감사가 된다. 이 감사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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