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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그리스도인/자발적불편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레터06] 자발적이지만 절박감으로 해야 할 불편감수(전재중 공동대표)

'자발적'이지만 '절박감'으로 해야 할 '불편감수'

전재중 공동대표(법무법인 소명 대표변호사)


이번에 기윤실에서 ‘자발적불편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불편하게 사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실제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나라, 사회정의 같은 큰 담론보다 나부터(from me), 지금 (from now), 작은 일로부터(from small) 실천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에어컨 덜 쓰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에 계단을 이용하며,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하기 등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공동체 전체나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자는 뚜렷한 목적으로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 더 시원하자고 에어컨을 먼저 가동하면 그 열기만큼 주변은 더 더워져 옆사람도 에어컨을 켤 필요가 더해지고, 그러면 그 다음 사람은 더더욱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에어컨 없이는 못살게 되면서 에어컨을 살 수 없거나 전기세를 감당할 수 없는 소수는 더 혹독하게 더위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거꾸로 몇 사람이라도 먼저 에어컨 가동을 참기 시작하면 그 옆 사람들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견디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고 그렇게 조금씩 확산되면 에어컨 없는 이들이 견뎌내기가 그나마 좀 나아질 것입니다.

수돗물 값이 별로 부담되지 않더라도 내가 물을 마음껏 쓸 때 고지대에 물이 잘 올라가지 않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꼭지를 잠시라도 잠그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웃사랑입니다.

문제는 이런 작은 실천을 생활화하기 위하여는 상당히 이 문제를 절박하게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불편 감수 운동이 자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정말 절박하게 참여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몇 년 전 현재의 빌딩에 입주할 때 관리하시는 분이 근무시간 후 냉난방에 대한 전기료 부담 방법 중에 매월 일정액만 더 내면 추가 전기사용량에 상관없이 그것으로 충당하는 방법이 더 나을 것이라고 권유하여 별 생각없이 그렇게 택했는데, 실제로 경제적으로는 그것이 훨씬 더 득이 되었을 것 같으나 전기절약의 측면에서는 많은 후회를 하였습니다. 전기를 더 쓰더라도 어차피 추가 부담이 없다는 것을 직원들과 후배변호사들이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덥지않은 저녁시간에 몇 사람이 남아 있는 때도 전체 냉방을 하여 넓은 사무실 전체가 서늘한 정도일 때가 종종 있어 저는 수시로 그것을 끄고 젊은 친구들은 다시 켜고 냉난방 조절스위치를 두고 숨바꼭질 시소를 합니다. 적어도 돈 때문에 짜게 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저로서는 좀 더 당당하게 전기 절약을 호소하지만 기독교인이 대부분인 저희 사무실조차 저의 잔소리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기절약하자는 말이 옳기는 한데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젊은 친구들의 볼멘소리들이 들립니다. 결국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런 일에 변화가 있으려면 마음에 절박하게 와 닿아야 합니다.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수준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6월에 일본 동경에 학회 차 삼일 다녀 온 적이 있는데, TV를 켜면 수시로 전기절약 공익광고가 나오고, 쇼핑센타에 가도 전부 절전 아이디어 상품과 쿨 비즈(cool-biz) 관련 상품이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서 일본 사회 전체가 전기절약에 참으로 절박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여 개인의 필요나 욕망은 철저히 뒤로 하는 일본의 의식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들 일사분란하게 한 방향으로 가므로 그렇게 가지 않을 경우 큰 심리적 저항을 만나게 되는 그런 사회로 보였습니다.

자발적 불편 감수 운동이 운동으로서 효과가 있으려면 이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도리이고, 이런 일에 무관심한 것은 부끄러운 일로 느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는 먼저 참여하는 이들이 절박한 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무실과 집이 다 11층인데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없는 한 계단을 이용하기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동행들한테도 계단 오르기를 권하려고 합니다. 요즘 11층까지 오르면 숨이 차고 땀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절박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 계속하려고 합니다.

문의 | 박진영 간사 02-794-6200, loverli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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