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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민주주의 소프트웨어를 키워라!


2006. 4. 17

1. 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

  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서 한국의 컴퓨터게임이 중국과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컴퓨터 게임이라면 미국과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우리나라의 게임들이 놀라운 선전을 발휘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우리나라의 게임 역사가 짧고 게임 컨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더 짧은 것으로 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놀라운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온라인 게임 등은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캐릭터 설정과 운영방식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열풍들을 모아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하드웨어적인 것이라기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의 두각이라고 하겠다. 코리아, 그 이름은 겉으로 보기엔 작지만 속이 알찬 소프트웨어 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2. 선출된 파시즘 vs 선출된 개인주의?
  
  얼마 전 기윤실에서 주최한 정범구 박사의 공개정치특강을 듣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민주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외형적인 것(하드웨어)에 불과하고 그 속의 본질적인 것(소프트웨어)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현 한국 민주사회의 수준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던 그는 독일의 경우를 예를 들면서 말문을 열었다.

“독일에서 민주화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는 많은 희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독일은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경제적 빈곤이 발생하면서 독일의 민주시민들은 히틀러를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하는데 이르렀습니다. 바로 선출된 파시즘이 오늘날 독일의 씻겨지지 않는 상처이며 역사의 교훈입니다.”

  정 박사는 ‘선출된 파시즘’이라는 섬뜩한 예를 들면서 형식적인 면에서의 민주사회로 머물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이러한 면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적 문제가 이와 유사하다고 설득력 있는 논조로 풀어나갔다.

  과거 광주학생운동 등과 같은 희생과 값진 노력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가능했던 것과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까지 이제 우리 사회도 상당한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적인 하드웨어의 교체에 불과했다는 것은 우리사회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전 영역의 양극화와 집단 이기주의, 개인주의적 가치의 팽배로 인한 분열과 대립의 문제,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한 소수자에 대한 냉대와 차별 등은 병든 사회의 환부들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정 박사의 말처럼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긍정적 측면에서의 개인주의가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으나, 이에 따라 시민의식도 함께 성장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사회로서의 도달해야 할 부분이라 하는 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개인주의는 각자의 권리가 소중한 것을 말한다면 시민의식은 개인이 중요한 만큼 타인과 사회도 소중한 것을 아는 것일진대, 우리가 선출하는 민주사회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우리는 개인주의를 선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심각한 정치사회적 부패들을 생각하면서 ‘선출된 개인주의(Selected Individualism)' 떠올리는 것은 과한 생각일까.


3.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과제

  강의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민주사회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의 민주사회가 있기까지 얼마나 큰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억압과 모순된 사회의 구조가 보일 때는 그것을 상대하고 대응하기가 오히려 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속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한데, 그것은 배려와 희생과 섬김과 자기포기와 사랑이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인데 가만히 놔두고 희생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그러므로 이러한 정신적인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시민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옳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이자면 그것을 교육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답변이겠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사회의 가치를 이룰 수 있는 데에는 과거의 시민운동과 같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데, 분노와 대립의 감정적인 운동이 아닌 사랑과 희생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자들은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자신보다 남을 위해, 공동체와 소외된 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 일을 감당하고 마땅히 짐을 져야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해야할 일과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거부했다면 이제는 참된 제자로서 이 과제를 감당해야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시대는 우리 주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또 다른 기회일지 모른다.
 

4. 소프트웨어 강국, 이제 시민의식의 차례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발군의 힘을 발휘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이제 시민의식의 차례이다. 이 작고 조그만 나라에서 다양성과 상호이해와 배려, 쾌락과 물질우선이 아닌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와 사회적 기부와 자발적 헌신과 섬김의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약육강식과 경제적 이유가 최선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본질적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며 국제사회에서 작지만 옳은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사회에 귀감이 되고 사람들과 세상을 깨우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줄 것을 간절히 기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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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덕 (기윤실 대학생위원회 9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