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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소박한 일상

[주간기독교]기윤실 우창록 이사장 인터뷰 기사

2008. 7. 17
 
 
주간기독교 1726호(2008년 6월 29일) 만나고 싶었습니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CEO의 역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우창록 이사장

 
얼핏 선한 눈매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니 상당히 예리해 보인다.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이면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창록 변호사. 창립 20주년을 맞으며 새롭게 자리매김해 가는 기윤실과의 인연이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삼성동 현대백화점이 마주 보이는 건물 12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법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실 우창록 이사장은 기윤실 외에도 세법학회 회장,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 남북나눔운동 이사, 한반도평화연구원 이사 등 대외 공식직함만 10여 개가 넘는다. 올곧은 신앙인의 삶을 견지하고 있는 그의 면모를 드러내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기윤실과의 인연도 깊다. 기윤실은 80년대 중반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에서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에 모여 성경공부를 하던 몇몇 그리스도인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운동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손봉호 교수가 고향의 선배이자 대학 시절 은사였다. 따라 하기 힘든 일들을 해나가는 선생님의 권유로 일찍이 법률가협회와 기독변호사회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벌써 이사장이 된 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기독변호사회 활동을 하고 있을 즈음 기윤실에서 ‘소형차 타기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직업상 중형차를 타고 다녀야 했기에 회원으로서 합당치 않다는 생각에 조금 물러 서 있었던 그를 이사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손봉호 교수였다. 지난 몇 년 간 공석으로 있던 자리를 맡으라는 선생님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별로 중요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가서 보니 해야 할 일이 많더란다. 그러면서 좋은 이사장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기윤실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6월 한 달 동안 신뢰회복을 위한 집중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신뢰’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근간이라고 배웠는데 지금의 한국 교회와 사회를 진단한다면?
신뢰는, 쌓기는 어렵고 무너뜨리기는 쉽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신뢰의 특성이다. 한국 교회가 잘 하는 게 사실 많다. 하지만 잘 하는 일을 보고 믿어 달라고 해서 신뢰가 곧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기독교인들이 편리한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목회도 성공했다는 말을 듣길 좋아한다. 대형교회를 유지하고 끌어가는 데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콕 짚어서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와 지역 사회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은 숫자가 아니더라도 잘못 하는 곳이 있으면 쉽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 되기 마련이다.
 
기윤실 역사 20년만에 처음으로 전개하는 집중캠페인이라고 들었다. 가장 역점을 두는 항목이 있다면.
교회의 신뢰회복에 초점을 두고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운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 남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하자는 것이다. 지금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은 대 사회적인 측면과 대 교회적인 측면, 대 회원적인 측면으로 세분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신뢰회복 미디어 홍보, Wow 교회 UCC공모전을 전개하고, 교회적으로는 교회신뢰캠페인(지표, 저작권), 교회방문캠페인이 있고, 회원을 상대로 기윤실 5대 회원실천캠페인과 1+1=희망무지개 꿈꾸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을 설립하고 10년 남짓한 기간에 율촌을 한국의 대표적인 로펌으로 성장시켰다. 한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CEO의 역할” 이라고 했는데, 기윤실 ‘공동체 공헌서’에서도 이와 같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회원이 자발성과 기쁨을 갖고 즐겁게 동참하는 단체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비책이 있는지.
회원이 자발성과 기쁨을 갖고 즐겁게 동참하는 단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소망)이다.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활동 내용을 회원들이 직접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게 좋으니까 하시오’ 하는 것보다 ‘이런 것이 좋다고 하는데 어떤 게 좋겠는가’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똑같이 하는 것보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기 쉬운 것을 하도록 유도한다.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집중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등학생 시절 <어린왕자>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어린왕자가 여우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자랑을 했다. 이 세상 만물은 모두 자기의 말에 순종한다고. 그러자 여우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 당장 태양에게 지라(저물어라)고 해 보아라. 어린왕자가 말했다. 지금은 “태양아 져라.”고 하면 안 돼. 태양이 지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태양아 져라 하고 할 거야. 확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율촌을 이끌면서 우리와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덕을 보게 하려고 한다.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니가 과일을 리어카에 실어 과일가게에 팔았다. 리어카를 밀어 주면서 따라다닌 적이 있다. 다른 과일장수가 지나가도 과일을 받지 않고 있다가 유독 어머니의 과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왜 그런지 비결을 알고 보니 상대방을 배려하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물건을 살 때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값을 깎지 않으셨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은연중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기윤실에는 회원의 5대 실천 덕목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정직, 정의, 책임, 평화, 배려 이 다섯 가지를 정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 회원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 것이라고 들었다.
기윤실의 리더 그룹이 20주년을 준비하면서 수차례 모임을 가졌다. 논의 결과 ‘신뢰회복’을 주제로 삼았다. 신뢰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으로 제기된 것이 정직, 정의, 책임, 평화, 배려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책무’라는 말을 선호한다. 책무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신뢰가 싹틀 수 있다. 배려는 전통적인 가치다. 흔히 역지사지라는 말을 쓴다. 말은 쉽지만 훈련이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혼란상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까지 든다.
우리에게는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안타까움이 많다.
유능한 변호사이면서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 남북나눔운동 이사,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감사 등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교육과 북한선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금의 시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돕는 것이 불가능하면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돕는 것을 갖고 경쟁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돕는 일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이다. 돕는 일을 하면서 실적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단체들이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듯해 보기 딱하다. 그 동안 북한을 돕는 단체들에서 활동을 했지만 북한을 직접 방문한 적은 없다. 나보다 더 정확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보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남북문제가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지난해 설립한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윤영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신실하고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www.cemk.org
 
이성숙 부장 hyangrim83@hanmail.net 
 
* 본 기사는 주간기독교의 허락으로 게재한 것입니다.